어제 늦게 자서 조금 늦게 일어났다. 코 청소를 할까 말까 하다가 오늘은 하지 않아 보기로 하고 밥을 먹고 며칠 전에 우리 집에 놓은 러닝 머신을 했다. 7km/s 로 뛰는데 심장 박동 센서에서 160 이 떴다 뜨아… 겨울 동안 몸이 안좋아서 요양을 오래 한 것 때문인지 힘이 들어서 1km 를 뛰고는 내려와서 목욕을 하고 학교에 갔다.
내일은 화일처리론 시험이 있기에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컴퓨터실에 들러서 화일처리론 교과서를 집어들고 도서관에 갔다. 가면서 지현이와 전화로 이야기를 했다. 시험이 끝나서 한결 기분이 나아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공부 열심히 안하면 안만나준다며 협박(?)을 해 주는 그녀가 좋았다. 왠지 그렇게 말해 주니 공부할 의욕이 나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도서관 6층 휴게실로 갔는데, 그곳마저도 자리가 꽉 차 있는데다가, 휴게실이 아니라 완전히 독서실 분위기로 바뀌어 있어서 공부할 마음이 나질 않았다. 나는 다시 컴퓨터실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쉬다가 교과서 노트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노트 정리를 쉬지 않고 계속 해서 7시 30분 쯤이 되어서 챕터 둘을 끝냈다. 5시간 연속 공부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푸핫!
배가 고파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올 뻔 했으나 버스 안에서 자는 바람에 이상한 곳에 내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걷는 부천 거리가 왠지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고등학교 적에 다닌 기억을 더듬어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집에 올 수 있었지만 결국 학교에서 집에까지 오는 데는 세 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오면서 난희가 아침에 말한 첫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내 첫사랑은 잘 있을까? 갑자기 그녀의 이름이 생각나지를 않는다. 아. 생각 났다. ‘김 상은’… 조금은 쌀쌀맞지만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워낙 만난 시간이 짧아서 기억하기 힘든 사람… 나를 좋아한다 했던 혜선이… 내가 두 번째로 좋아했던 진주… 지금은 연락도 안하고 지내는데 생각이 줄줄이 난다. 별 추억도 없어 그속이 텅 빈 느낌이지만 어쨋든 기억속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게 몇 명의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나는 점 점 더 성숙해져 갔다. 지금 돌아보면 언제나 내가 너무 부족해서 사귈 여유 조차 없는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한 나머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거나, 그 사람에 대해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많이 알고 싶어했고, 좋아함이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 끝에 서툴지만 조금은 인내할 줄 알고 약간의 용기도 있는 내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으로 묻어 두고 싶다. 아련한 추억처럼 쉬게 하고 싶다. 나에게 지금 사랑이 주어졌다면, 그것을 첫사랑처럼 설레이게, 그리고 열심히 추구하리라. 내 전부를 걸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교감하리라.
PS: 한때 꽤나 들었던 Utada Hikaru의 ‘First Love’ 앨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