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첫날. 아직은 계절학기가 시작하기 않아서 적당히 늦게, 하지만 방학치고는 일찍 일어나서는 달리기를 하고, 피곤해서 쉬면서 아침 특유의 시간때우기를 했다.
금방 시간이 1시가 되어 버려서 심심해서 지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왜이리 버벅거리는지, 꼭 당황한 사람처럼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가끔 이럴 때면 내가 멋진 화술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원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좋은 말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기술은 정말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중요한 상황에서는 그것보다도 그 상황을 타개하는 특출난 능력이 훨씬 중요하겠지만.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전부터 하고 싶다던 MP3 방송 이야기가 나와서, 청주에 내려가기 전에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가르쳐 주었는데, 마이크로 멘트하는 법과 고음질로 방송하는 법을 몰라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사실은 그녀의 사운드 카드가 Half Duplex 방식이라서 멘트와 음악을 동시에 내보내지 못한다는 사실. 한번에 되지 않아서 힘이 빠져 버렸는지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다음 번에 내 사운드 카드로 다시 테스트해 보기로 하고 그녀는 청주로 떠났다.
그리고 오늘 전화로 부터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평점 3.81(소숫점 둘째 자리는 확신이 안간다) 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철회가 일상처럼 일어나는 그 곳에서 철회 없이 위대한 점수를 얻어낸 그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장학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과목이 문헌정보학과생에게 학점을 우선적으로 배분해서 불공정하게 B+를 받아 화가 났다는 그녀를 보며 나는 새삼스래 그녀의 노력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로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을거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후 4시에는 특기생 교수님 간담회가 있었는데, 그녀 방송하는 법 가르쳐 주다 보니 2시간 정도 늦게 가게 되었는데, 수재에게 전화를 걸어 보니 이미 끝나서 집에 간다고 한다. 사실 간담회 내용도 지극히 형식적이어서- 예를 들면 언제 세미나를 하자는둥 따위의 – 안가도 되었을 뻔 한 것이었다. 사실 신촌에 왔을 때 쯤엔 간담회가 끝났을 것을 알았지만, 서점에서 책을 좀 둘러보기 위해 버스를 탔다. 홍익문고에서 SCJP 책을 찾아 보았는데, 책도 두 권 뿐이고, 책의 질이 보장이 되지 않는데다가, 가격도 2만 5천원이나 해서 포기하고 일본어 능력시험 교재를 뒤졌다. 다행이도 일본어 관련 교재는 정말로 많았는데, 고민 끝에 다락원에서 나온 “신공략 일본어 능력시험 1, 2급” 이란 책을 샀다. 이번 방학때는 SCJP, JPT 2급,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JPT는 아마도 가을에 시험이 있기 때문에 딸 수는 없겠지만 딸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갖고 싶다.
책을 사고, 유부초밥 도시락을 사들고 컴퓨터실에 가서 배를 채우고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집에 왔다.
문자메시지를 참 많이도 주고 받은 하루. 너무 오랜만의 대화라서 기분이 마치 구름 속을 거니는 것처럼 느껴진 Just One Goo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