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환 상견례를 했다. 내 파트너는 캉가이 켄 이라는 남자 분이었는데, 성룡을 닮았다 핫… 좋은 분 같았고 다음 주 부터 매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잘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둘이서만 이야기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학생회관 1층에서연세 일본 문화 연구회 회원들과 그들의파트너와 함께 팥빙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쁘지는 않았고, 처음 만난 사람이라서 아직 익숙하지가 못해서 조금 서먹서먹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서먹서먹함의 여백마저도 친근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서 쉬다가, 작년 10월에 구입했던 정들었던 019 핸드폰과 작별을 고했다. 저장되어있던 모든 문자메시지, 주소록을 삭제하고, 비밀번호를 0 네 개로 바꿨다. 이게 누구의 핸드폰인지 분간할 수 조차 없는 녀석이 되어버린 그 녀석을 상원이네 아주머님께 선물(?)하고, 나는 집 앞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서 전화를 걸었다. 물론 나의 새 핸드폰으로.
오랜만에 대화하지만, 왜 이리 익숙해져버렸는지, 말없는 공백마저도 저 들판의 흔들리는 벼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러운지. 이런 저런 이야기, 둔함에 대한 이야기. 그녀가 둔하다고 말하기 보다, 그녀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했다. 향수를 선물했다고 해서, 난생처음 옷을 선물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선물을 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근거가 부족한지도 모르니까. 나도 그렇게 이해되고 있을까? 순간 떠올랐지만 결국엔 좋다 생각했다. 그녀에게 핸드폰 줄을 사달라 했다. 그녀는 사달라는 사람이 참 많다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리도 많았나. 왠지 그 사람들이 미워진다. 잠시 싫은 기분이 되었다가는 곧 이야기에 묻혀 바보처럼 잊어버린다. 7장 짜리 편지 받은 이야기도 하고, 쥬만지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배터리 전압은 0로 떨어져 우리는 (적어도 나는) 아쉽게 작별을 고했다.
표현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지나쳤던 일을 정리해 보고 싶다. 누워서 전화를 받던 그날의 나… 그렇게 소중한 사람을 앞에 두고 나는 누워서 막혀서 내 비위를 건드리는 코와 함께 침묵을 향해 치달았다. 어쩔 수 없었던 것만은 아닌데… 그 시절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 때 보다 나는 더 그녀를 자주 생각한다. 매일 매일 온라인이던, 그래서 언제라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그 때 그사람, 가끔씩은 전화를 걸어주곤 했던 그사람, 문자메시지로 채팅도 하던 그사람. 난 그래도 과거와 지금의 그사람은 같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것들은 어쩌면 그저 그녀의 표면적 특성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내면을 파악하는 법을 전혀몰랐던 그 시절 나의 그른 분석이 지금도 남아서 ‘그녀가 변했다’ 라는 오류를 만들어내었다고 하는 편이 타당할 것 같다. 아니면 ‘그녀는 조금 자랐다’고 해야 하나.
다가가기 어려움. 확실히 이건 아닌데, 그녀는 무언가 완전하게 만들어진 성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것. 내부에는 질서 정연한 나름대로의 시스템과 룰이 존재해, 그것을 조정해 줄 필요조차 없는 상태. 조금 갈라진 곳도 있지만 적어도 무너지거나 할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은 성. 자석이 달렸는지 무거운 갑옷 입은 기사들을 끌어모으는, 그러면서도 뭔가 통행증이라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버리는 그런 성…
이해할 수 없으면 외워버려서 시험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을 외워버릴 수가 없다. 당신을 쓸 수도 없고 풀 수도 없다. 간직하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가진 수 많은 결함의 틈새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내 가슴속에 간직한 당신의 작은 조각을 바라보는 것마저도 방해할지 모른다. 그저 지금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그 모습이 마냥 아련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