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일주일 간 9시 30분까지 라이코스 코리아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어제 오후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잠이 안오고 깨었다 잠들었다는 쉴 새 없이 반복해서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자위를 해서 피곤하게 해 보지만 짜증만 날 뿐, 좋은 효과는 거의 없다. 오히려 더 뒤척이게 되고 말았다.
내 생애 최초로 자위에 대해 쓰는구나. 요즘 내가 읽은 소설들은 보통 쓰여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인데, 한번 이상 섹스 장면이 안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흥분한다. 문단이 끝나 문맥적인 이해가 끝나면 흥분이 멈춘다.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의 연인은 주인공에게 자기를 생각하며 자위해 달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무리 노력을 해 보아도 잘 되지를 않는다. 나는 여기서 많은 동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런 일을 하기는 정말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그러하다.
아마 더 길게 쓴다면 지금도 이미 이상해 진 눈빛을 더 날카롭게들 하겠지. 어쨋든, 힘든 잠을 마치고 나는 강남역 6번 출구 미래빌딩 13층에 위치한 라이코스 코리아 연구소에 갔다. 나에게 연락해 주신 분의 성함과 연락처를 깜박 잊고 놓고 와서 잠시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어떤 분의 도움으로 모바일팀 과장이신 송 지훈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일은 대충 브리핑을 받고 점심을 먹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소스 코드가 어찌나 지저분한지 거의 미칠 뻔 했다. 이런 큰 빌딩을 세 층이나 먹고 있는 큰 회사의 개발팀에서 나온, 그것도 다음주 오픈이라는 제품의 코드가 이모양이라니 (제대로 동작도 안한다) 큰 기업에 대한, 그리고 과장이란 직위에 대한 환상이 일순간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문서화가 거의 안된 To-do list 가 나를 계속 참견하는 가운데,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코딩을 해 내려갔다. 이런 일을 일당 5만원으로 하고 있다니 괜시리 내가 한심해진다.
일이 끝나고 퇴근해서는 거의 1 년 만에 혜선이를 만났다. 달라진 생활 패턴 때문에 거의 아사 직전까지 갔던 내 몸은 그녀를 만나서 저녁을 먹음으로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같이 슈렉을 볼까 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포기하고, 커피샾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던 듯 하다. 그냥 서로의 생활 이야기 따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적었긴 하다. 터무니없이 양많은 말로브 아이스 커피를 홀짝 홀짝 들이키며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을 느끼다가 카페를 나왔다.
그녀와 작별인사를 한 것은 강남역 6번 출구의 건너편이었다. 그녀는 나와 헤어지면서 자기 사촌 고모? 이모? (그런데 고모, 이모는 여자를 칭하는 표현 아니던가?) 를 만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참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좀 싫었다. 쓸 데도 없는 질투를 하고 난 요즘 이상하다.
전철을 타고 신촌에 와서 무작정 영화관에 갔다. 슈렉을 보러 갔다. 혼자 영화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역시 맞지를 않는다. 슬슬 짜증이 나서 집에 와버렸다. 또 언제 혼자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이 올지 모르겠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낭만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불행의 종국으로 느껴졌다. 아마 이번 경우는 후자 쪽에 조금 더 가까웠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