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그리고 낮 내내 비가 많이 내렸다. 평상시와는 달리 일어났을 때 날이 어두워서 비가 온다는 것이 상쾌하면서도 조금은 위압적인 기분으로 다가왔다.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하기에는 조금 안좋은 분위기여서 집에서 쉬었다. 오후에는 선미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종종 오는 메시지가 무엇때문인지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가 손을 뻗어서 닿을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딴세상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든다. 아련하지만 대단한 기억을 떠올린다. . .
몇주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간만에 머리를 깎았다. 다시 짧고 깔끔해진 내 머리를 거울로 본다. 내 머리가 어깨까지 닿는다면 어떨까. 금발로 만들어서 말총머리로 묶으면 어떨까. 나에게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국엔 해 보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어쩌면 무위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사이트를 업데이트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그들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느낌과 기억들을 위주로 적어 보았다. 사실 사카이 노리코 씨를 제외하고는 그들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정말 거의 없다. 그래도 그 아티스트들을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음악은 너무나 아름답다. 특히 그 안의 목소리는 더 아름답다. 음악은 목소리로 완성된다… 정말 그렇게 느낀다. 절실히 느낀다. 가장 원시적인 악기이면서도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유일무이한 악기를 나는 이 우주만큼 사랑한다.
다시 비가 쏴아- 쏟아지더니 금방 멈춰 버린다. 꼭 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