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 얼마만인지도 모르게 – 유정이를 만났다. 정말 다시 만난다는게 너무 기뻐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냥 유정이를 만난다는 게 좋았다. 그냥 순수히 ‘좋다’ 라는 막연한 감정이 또 좋다.
하지만 몸은 마음과는 다른지 조금 긴장을 해 버려서 속이 정말 안 좋게 되어 버렸다. 막 토할 것 같고 해서 마음을 가다듬는데 온 힘을 집중했다. 유정이를 4시에 만나서 빙수를 먹으면서도 토할 것 같아서 집중하느라 이야기도 별로 못나누고 기분좋은 만큼 웃지도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답답했다. 내가 얼마나 기쁜지 알면 유정이도 좋아할텐데!
어제 예매한 대로 ‘Planet of Apes’를 봤다. SF 의 고전이던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잘 몰라서 어디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현대 흥행 영화답게 훌륭한 특수효과와 빠른 전개를 보여주어서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의 링컨상 패러디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결말이 찜찜하게 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지만 적어도 보는 동안에는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뭘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둘 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저녁을 먹기도 그렇고 했기 때문이다. 신촌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우리는 Tower Records 에 가서 CD 구경을 하다가 약간 배에 여유가 생겼을 때 파파이스에 가서 버팔로콤비콤보세트를 같이 나눠먹었다. 파파이스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이스베리에 갔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다시 만났다는것, 있을 지도 모르는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진짜로 쇼핑을 하기로 했다. (타워레코드에서는 그냥 둘러보기만 했으니까) 핸드폰 줄을 사러 여기 저기 악세사리 점을 기웃거렸다. 처음에는 원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어서 헤맸는데, 결국 별자리 핸드폰 줄이 깔끔하고 이뻐서 둘 다 그것을 샀다. 나는 천칭좌니까 천칭좌의 보라색 둥근 모양이 달린 걸로, 그녀는 처녀좌니까 처녀좌의 보라색 둥근 모양이 달린 걸로 샀다. 그런데 내 것은 쉽게 살 수가 있었는데 그녀의 것은 원하는 색깔과 모양이 없어서 이대 근처까지 돌아다니고서야 구할 수 있었다. 쇼핑이라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것도 정말 기분좋은 일 중의 하나라는 것에 우리는 서로 동의하고 웃었다. ^^
벌써 시간이 10 시가 넘었다. TTL ZONE 에서 바이바이 했다. ^^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또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날 행복하게 한다. 앞으로도 그런 감정 잊지 말고 꼭 곁에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