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일기가 쓰기 싫다. 그래도 써야지.
조금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회사에 가서 간단히 회의를 했다. 회사 연구소의 업무 방향이 너무 소극적이라서 제대로 결정되는 사항이 없다. 개발진들은 너무 구체적인 구현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설계가 제대로만 되면 이 일은 한달도 안걸릴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 그때그때 땜빵하는 것처럼 일하니 재미도 별로 없고 열의도 안생긴다. 그만두기에는 돈이 아깝고 그냥 다녀야지 어쩌냐…
회사에서 나와서 남대문 숭례문 수입 상가로 이어폰을 사러 갔다. 그런데 회현 역에 내리긴 했는데 숭례문 수입상가를 찾지를 못해서 엄청나게 해맸다. 심지어는 실수로 사창가 입구까지 갔다가 이상한 아줌마 – 말그대로 아줌마 – 가 ‘오빠 어디가~? ^o^’ 하며 나를 부르는 일도 당하기까지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 한 황량한 골목을 본 것 같다. 하여튼 황급히 뒷걸음질쳐 다시 큰 거리를 해매고… 30분도 넘게 걸은 뒤에야 숭례문 수입상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에 봐둔 싸게 파는 집이 있어서 그 곳을 찾았는데, 이것도 꽤나 오래 걸렸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아무데서나 사려고 했다가는 가격차이가 2000원이나 나서 결국 악착같이 40000원에 소니 838 이어폰을 두 개 샀다. 하나는 내꺼 하나는 유정이꺼. 그래서 이어폰 값으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놀기로 했다 핫핫.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세 번이나 만나는 셈이다. 무슨 커플도 아니고.. 그래도 한 사람을 자주 만난다는 건 정말 해볼만한 일이다. 기분이 좋다. 그렇게 만나면 더 잊어버리는 일이 없게 되고… 난 그게 좋다. 만약 연인이 생긴다면 매일매일 보고 싶을 것 같다.
나 정말 .. 연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자주 만나면 꼭 그 사람이 연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자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내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