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져 가는 기억의 먼지를 털며, 당신에게 바침.
세상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듯 세상엔 그 종류보다도 더 많은 삶과 생각의 방식을 갖고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저도 그 많고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나는 이 곳에서 만났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대단한 기적이고 운명의 마법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어쩌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이곳의 시작은 ‘만남’이었습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알아주기를 원합니다. 만약 누군가 그 뜻을 헤아리는 자가 있다면 내 울림에 응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가가 서로의 생각, 그리고 생각을 뛰어넘은 감각을 주고받을 수 있을거라고 믿었습니다. 서로와 서로가 이어지는 그 연결의 접점이 되기 위해 나는 일기를 씁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행복하게 하든 가슴아프게 하든, 어떻게든 당신과 연결되고 싶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성’이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들이라고. 세상을 바꾸는 자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영웅’입니다. 영웅이 사라진 오늘날 우리는 지성이란 이름으로 그를 대신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를 바꾸는 것도 물론 중요하며, 어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야 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영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중요합니다. 당신과 만났었다는 명백한 사실만 있다면 어디에 내팽겨쳐지더라도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다시 나의 장소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당신에게만은 영웅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시저가 되기 보다는 안토니우스도 나쁘지 않을지 모릅니다.
1년 뒤에 여기에 글을 쓰고 있을 때,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이 그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당신이 소중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