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이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지현이와 정훈이네 스튜디오에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나도 한 번 많이 아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현씨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 내 생애 소중한 사람들 가운데 손꼽히는 사람. 그 사람을 내 품에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그녀에게 필름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30장 남짓한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흔들릴까봐, 어두워서 촛점이 잘 안맞을까봐 세심하게 셔터를 누르는 내 모습. 영문을 모르는 그녀는 의심스럽지만 필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개의치 않아 주었다.
그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하고. 정훈이는 병문안 갔는데 거의 안아픈 것 같아서 좀 황당했다; 정훈이는 스튜디오 사람들이랑 오락하고, 지현이랑 나는 그냥 같이 웹 사이트 돌아다니고 사진찍고 이야기하며 놀았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이렇게 신나게 상큼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신기한 마법처럼 즐겁게…
헤어지기 전 결국 그녀에게 사진을 찍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누군가를 속인다는 건 참 힘든 것 같다.
거짓말을 한다는 건… 싫은데.
나한테는 왜 뭐 물어보거나 하는 전화가 안오나 궁금했었는데, 조금 슬프기도 했는데… 그 이유가 내 머리가 아플까봐 였다니… 눈물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