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것.

지현씨를 만났다. 지현시네 학교도 구경하고,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참 좋았다. 너무나 추워서 얼어버린 피부에 쉽게 웃음지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작년 이맘때 보다 훨씬, 훨씬 더 친해 진 것 같았다. 지현씨가 사준 스파케티를 맛나게 먹고, 서대문역으로 향했다.

서대문역에 도착한 우리는 둘 다 길치인지라 헤매다가 결국 난타를 본 적이 있다는 지현씨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Holly’s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오랜만의 아늑함이었다. 얼마만의 아늑함일까… ‘빙점’ 이라는 작가명이 기억나지 않는 소설의 온기가 느껴졌다.

얼마 뒤 난타를 봤다. 타악기 공연이라고 해서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몇 안되는 뮤지컬 중 가장 신나고 기분좋았던 듯 하다. 난타의 여러 장면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 그 장면이 등장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든 훌륭한 전개가 백미였다. 그녀도 참 기분좋아해서 마음이 수정처럼 맑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휴학 이야기에 대해서 했는데, 그녀는 휴학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그 어떤 애매모호한 두려움에 있는 듯 했다. 나는 그저 그렇게 마음먹으면 해 버리고 후회말자고 생각해 버리지만, 그녀는 그런 성격은 아니기에 그럴테지.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휴학이란 것을 통해 깨닫는 것이 하나도 없다거나 매우 많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인가 단 하나라도 가슴 깊이, 소중하게 깨닫게 된다면, 아니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 단 하나라도의 작은 무언가를 쫓아 계속 나아가는 게 아닐까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노영심씨의 노래의 그 시시콜콜한 일들을 다 알 필요까지는 없겠지만(물론 있을수도 있다), 적어도 그 사람의 생일이 언제인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자신의 자랑은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직업이나 학교, 전공은 무엇인지, 연인은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난 항상 궁금해 한다. 나와 함께 하는 그 사람을 더 잘 안다면, 더 잘 대해줄 수 있을테니까.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을테니까. 그럼으로서 우리는 공간을 넘어 정신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어도 그 사람이 그립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Netty 의 몇가지 디자인 이슈를 해결했다. 집에와서 정리했고 내일 구현을 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