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떨어졌는지, 자꾸 놀고만 싶어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놀고 싶은 마음이 얄미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면 그 일은 바로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틀림없는데 말이다.
내일은 정보처리 기사 시험인데 별다른 공부를 하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 학교에 가서 기출문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회사일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학교 일도 있고 하다 보니 평일에는 전혀 일을 진행하지를 못했으니. 개강하기 전에 회사 일이 마무리 되고 예정대로 편안한 학교 생활과 함께 여유있게 자기 계발에 투자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던 이번 학기가 이렇게 멍청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마음은 아주 짜증난다.
역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렵다. 차라리 그냥 학교만 다니거나 회사일만 하거나 하면 힘든 일이 없다. 특히 지금 회사는 내가 학교 다니는데도 회의라던가 메신저로 하지도 않고, 특별히 커뮤니티처럼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수시로 토의를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사실 회사 자체에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부서에서 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업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작업 시간대도 다르니 문제는 더더욱 심하다. 재택근무를 위한 통제와 협업 기반이 없는 상태에다가 프 로젝트 데드라인은 무의미하게 압박해 오고 있으니, 왠지 프로젝트의 실패를 나 스스로 예측하게 되곤 한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회사의 존폐란 것은 영업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결국 영업력을 받쳐주기 위한 기술 부문의 역동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과는 둘 중의 하나 아닐까: 인력이 혹사당하거나 불필요하게 조직이 비대해지거나. 기존의 ‘잘 돌아가니까 가만히 놔두는’ 식의 시스템은 결국 지친 사원들을 떠나게 한다. 자기가 만든 시스템을 자기가 싫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 불쌍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업이야말로 우리가 일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기업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