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맞은 화이트데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은 화이트 데이였다. 발렌타인 데이에 정수로부터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다운 선물을 받은 데 비해 그동안 별로 잘 해준 것이 없어서 오늘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남자들이 예쁜 바구니나 커다란 인형이 담긴 비닐 포장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그 바구니를 혼자서 그렇게 예쁘게 꾸몄다거나, 인형을 그렇게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보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실제로도 남자들은 남자인 나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전혀 그렇지 못하다.

사실 그 바구니들과 인형들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선물의 가격과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대신한다면 그것도 틀린 말 은 아니지만 (하지만 이런 류의 선물에 카드나 편지 한장 없다면 틀린말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선물은 의무감의 결과가 아니야”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은 거창하지만 내가 시도한 것은 산 선물에 리본을 직접 묶는 것이었다. -_-; 다들 비웃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리본을 매는데 무려 한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이다; 사실 그렇게 낑낑대도 못해서 결국 후배의 도움으로 해결했으니, 나름대로의 인내와 노력 이 들어간 멋진 선물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싶다. –; (사실 아무리 해도 안되서 정말 절망했었다)

언제 그렇게 사이가 안좋았었냐는 듯이 우리는 참 사이좋은 연인의 모습으로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좋았던 일들, 나빴던 일들 모두 소중하게 여기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감싸주고 이해하는,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앗, 나만 노력하면 되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