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nie Pink – Tonight, the Night
6시 20분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듣고 싶은 앨범을 다운로드 받아 PDA 로 전송한 뒤 아침을 먹는다. 잠깐 쉬다가 한약을 마시고 양치질을 마친 뒤 PDA와 책을 챙겨 거리로 나간다. 만원 버스에 서서 음악을 듣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자리가 나면 앉아서 PDA 에서 전자 책을 읽는다. 가끔 내 앞에 선 어여쁜 아가씨가 나를 내려다 보는 모습도 힐끗 스쳐보며 내가 이 사람들을 내려다 볼 때를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어여쁜 미소년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다.
일이 끝나 서점에 들러 볼만한 책이 없나 기웃거리다가 한 권 사들고 지하철에 탄다. 다시 곧 자리가 생기면 앉아서 그 책을 읽다가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집에 돌아오는 588-1번 버스는 항상 자리가 있어서 쉴 새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집에 오면 9시가 넘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부모님이 쪄 주신 고구마를 어느새 길게 자란 손톱으로 정성을 다해(?) 조심스럽게 깐 뒤 방금 슈퍼 에서 사 온 우유와 함께 먹으며 약간을 휴식을 취하다가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삶이 꽤나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것이 자신에게 충만해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때 말이다. 모든것에 제 위치에 놓여져 있는 근사하게 정리된 서재처럼 자신의 인생도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제대로 놓여지거나 정리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쉽게 만족하는 실수를 한다. 뭐, 가끔은 스스로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도 있으니까.
너무나 피곤한 하루다. 잠시나마 기댈 곳이 있다면 좋겠다 싶다. 나는 해ㅎ자도 아니고 컴퓨터밖에 모르는 샛님도 아니올씨다. 오히려 나는 왜 그들이 직장을 너무 느긋하게 보내는 날라리 회사원이나 꽤나 몰취미한 어리버리한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기란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것으로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