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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고, 할 말 못할 말도 하면서 친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렇지 않다. 맥주와 같은 술을 한 병 정도 마시게 되면 약간 흥분하여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과 솔직함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또 그것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며 스스로의 건강함을 과시하거나 몸을 망쳐가는 사람들을 볼 수록 나는 술이라는 것이 솔직함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주장 속에는 납득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사람은 왜 제정신이 아닐 때 솔직해지는가? 이는 자기 자신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술을 마시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능력이 정말 저하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제어 능력의 저하로 인해 얻는 것 (상대방의 깊은 곳) 보다 잃는 것 (소위 꼬장이라 불리우는 것들) 이 많지는 않은가? 제어 능력이 있다고 해서 인간이 솔직해질 수 없는가? 나는 이 두 가지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자기 제어 능력의 저하로 그 사람으로부터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무언가 나를 위해 숨기거나 내놓지 않은 어떤 다른 감정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즉, 그 사람은 평상시에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는 것으로, 이는 그 사람이 친구가 되기에는 그렇게 적합하지 않거나 친구가 되려면 좀 더 평상시에 솔직해져야 함을 뜻한다. 나는 평상시에 솔직하고 정당하게 나를 대하지 않는 사람이 술이 깨어난 뒤에 나에게 좀 더 솔직하고 정당하게 대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평상시에 솔직하지 못하였다가, 나중에 평상시에 그런 과거를 이야기하고 정식으로 사과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해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건전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겠다.
사회가 복잡해 지고 그들이 권력 관계에 놓이면서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게 했으면 했지 덜 겪게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나쁘게 했으면 했지 좋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셔야만 가면을 벗게 된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또 하루라도 빨리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가면이 사라졌으면 하고 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