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ryo.com’ 과 ‘상실의 시대’

아미료라는 곳에 머문지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지났다. 한 번은 카페24.com 으로 이사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돌아와 달라는 말에 지금도 아미료 서버의 호스팅을 받고 있다. 나는 루트 권한을 갖고 있는 한 명의 관리자이며, 글리미노드넷의 주인으로 이 곳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막상 나에게는 아미료란 곳에 대한 애착은 없는 것 같다. 그 때를 돌이켜 보아도 나는 역시 아미료라는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을 본다면 말이다.

다들 무슨 생각으로 아미료에서 각자의 홈페이지를 꾸려 가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무제한에 가까운 메일과 홈페이지 용량이 메리트일까나. 아니면 아미료에 있는 사람들과의 어떤 보이지 않는 유대감? 어쩌면 아미료라는 상실의 시대에서 유래한 멋진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철저히 나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나는 무제한에 가까운 메일 용량을 gmail.com 에서 이미 확보했고, 홈페이지는 블로그만 할 거라면 이글루스로 옮기면 그만이다. 그리고 아미료의 입주자들은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내가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도 그 중 소수일 뿐이다. 백업도 알아서 해야 한다. 거기다가 내가 운영자이니 뭔가 안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미료의 또 다른 주인이자,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현우 군은 아미료에는 정작 홈페이지가 없다는 사실. 그는 네이버 블로그를 쓰고 있다. 난 100 번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블로그는 로그인 안하면 답글도 못단다. 답글 달기 위해 아미료 사람들은 네이버 사이트에 가입하고, 로그인을 해야 한다. 네이버 뉴스와 사전 빼고는 전혀 사용 안하는 나에게 로그인은 사치다.

어딘가에 소속해 있으면서 그 안의 사람들과 소통이 없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미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을 수록 나는 이 곳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기분이 든다. 나는 아마 사람이 네명을 넘어 가면 상당히 불편해 하는 것이 틀림 없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젊은 시절 상실의 시대가 가져다 준 감흥은 대단했지만, 그 감흥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잃어버려간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버려서, 그것은 더 이상 멋지거나 아름답게 보이지가 않는 것 아닐까? 슬프고 애처로운 것이 아니라 있을 수 밖에 없고 또 있어야만 하는 상처를 덮는 딱지와도 같은 기분.

서버도 내 홈페이지도 아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곳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