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면 항상 어느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프로그래밍은 물론 기술 트렌드에 대한 지식, 심지어는 취미인 사진까지도. 누군가 나의 능력과 그에 따르는 작업물을 보고 찬탄하길 바라는 것이다. 누군가와 겨루게 된다면 반드시 이기고 싶어한다. 나는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
초등학생때의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
컴퓨터 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BASIC 언어로 소수점 첫째 자리를 반올림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일이 있었는데, 나는 내장 함수명을 몰라 반올림 함수를 직접 작성하고 뿌듯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또래의 어떤 녀석이 내장 함수로 간단하게 만든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나를 놀리자, 나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엉엉 울었다.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 실기 시험장에서는 ‘소수’를 구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라는 문제를 만나, 소수의 정의를 몰라 감독관에게 물어 보았지만 가르쳐 주지 않아 시험에 떨어진 적도 있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으니까 소수를 알 턱이 없었고, 소수의 정의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컴퓨터 자격증 시험에서 부정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단순히 소수가 무엇인지 몰라 떨어졌고, 덕택에 최연소 자격증 취득자의 영광을 다른 어떤 내 또래의 아이에게 넘기고 말았다. 사실 그래서 난 그 감독관을 아직도 어느 정도는 증오하고 있다.
그밖에도 운동회 달리기 대회에서는 달리다가 그만 쓰러지는 바람에 3등에 머물러 엉엉 우는 나를 달래려고 선생님이 없는 선물까지 구해다가 남이 안보는 곳에서 손에 쥐어 주셨던 기억도 난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최고의 능력과 그에 걸맞는 명성과 대접을 나는 바래 왔다. 능력뿐만이 아닌, 그에 맞는 인정을 받고 이름을 널리 알리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런 순간을 꿈꾸고, 그 순간을 위해 내 영혼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끝으로 내달리고 있다.
마지막 순간 나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시간이 말해 주겠지만, 그곳이 정상이 아니라면 어린 시절의 나처럼 실망스러워 하고 있지 않을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