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Twitter Flock Seoul이라는 개발자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현재는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전 직원으로서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행사였는데요. 꽤 인상깊기도 했고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신 지인들을 위해 후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행사는 트위터에서 발표한 Fabric이라는 개발 킷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단순히 전형적인 제품 홍보였다면 그다지 재미없었겠지만 그 실행 방법이 아주 훌륭해서 전혀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Fabric은 일반적인 모바일 앱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를 다음의 영역으로 나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Stability
- Crashlytics를 통한 앱 크래쉬 분석
- Beta for Crashlytics를 통한 오픈/클로즈드 베타 테스팅 관리
- Distribution
- Twitter Kit을 통한 앱내 Tweet 및 Timeline 내이티브 임베딩 및 Tweet 올리기
- Monetization
- MoPub을 통한 내이티브 광고 임베딩
- Identity
- Digits를 통한 전화번호/SMS 기반의 비밀번호가 필요 없는 사용자 인증
- Mobile Analytics
- Google Analytics와 유사한 Answers라는 모바일 앱 사용자 분석 도구
특이할만한 사실은 위 모두가 완전 무료이며 극도로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웹 서비스들이 RESTful한 웹 API를 통해 자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유도했다면, Fabric은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자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이미 구현한 개발 킷을 제공해 그 장벽을 한 번 더 낮추었습니다. Twitter는 더 많은 앱들이 오동작 없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연동되니 좋고, Twitter와 연동하는 앱은 귀찮은 연동 작업이 단 몇 줄의 코드만으로 깔끔하게 끝나버리니 윈-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Crashlytics, Digits, MoPub, Answers 같은 기능은 Twitter Timeline과 연동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대단히 유용하므로 앱을 이제 막 개발하려고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안 쓸 이유가 없겠습니다. Twitter 입장에서는 이런 개발자 대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앱의 종류, 지역, 기종 등의 다양한 정보를 얻어 자사의 서비스 개선이나 신규 서비스 런칭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 또한 기존의 end-user 중심의 자료 분석 기조를 넘어서는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개발자가 가져다 썼을 때 그 경험이 좋지 못하면 인기를 끌지 못할 텐데요. 다행이도 Fabric의 개발자 편의성은 상당해 보였습니다.
일단 앞서 말한 모듈들을 가져다 붙이는 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실제 작성해야 하는 코드의 양도 대단히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 Digits나 Twitter Timeline을 임베드하는데는 5줄 내외의 Swift 코드면 충분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용 Fabric 앱이 트레이에 상주하면서 각 모듈별 개발 환경 설징, API 문서 열람, code snippet의 copy & paste를 단일 창구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 면에서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API를 통해 임베드하고자 하는 모듈의 색을 바꾼다거나 하는 테마 커스터마이제이션도 가능하여 모듈이 앱 속에 잘 녹아들어가게 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Fabric이라는 모듈 자체의 유용함 외에도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었는데,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10여개 도시에서 비슷한 내용의 발표를 해서 그런지, 진행이나 발표 내용이 대단히 매끄러웠습니다. 특히 Fabric의 각 기능을 Cannonball이라는 데모용 앱의 개발 과정과 엮어 스토리텔링 형태로 전달하였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바로 Fabric을 실제 사용하고 있는 BuzzFeed나 PopCap같은 유명 해외 업체와의 인터뷰 영상을 재생해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또한 국내 개발자들이 적용에 회의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Between‘의 VCNC나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 형제들과 같은 업체 개발자들이 직접 단상에 올라 질의 응답을 가졌습니다. 업체들은 주로 Crashlytics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외에도 MoPub을 통해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안정적인 광고 노출이 가해져 광고 매출이 10~15% 증가했다는 업체도 있었고, Digits 도입 계획을 발표한 업체도 있었습니다. 다만, Timeline 및 Tweet 임베딩은 아쉽게도 국내에서의 실 사용례가 없는 듯 했습니다.
각 모듈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세션에서는 단순히 모듈 사용법만을 다루는 기존의 홍보 발표와는 달리, 해당 모듈을 개발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 및 개발 과정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 놓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발 과정의 이야기도 듣고 배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그런 다양한 도전을 이미 해결한 우리의 모듈을 무료로 써 달라는 홍보 그 자체에도 설득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발표들이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좋은 모듈을 무료로 공개하고 홍보하는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hatch라는 스타트업 공모전까지 열어 Fabric을 이용해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며 홍보하고, 또 투자까지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완성되어 서비스중인 앱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거나 성장하기를 원하는 앱에서 Fabric을 도입하기로 마음먹는 것이 더 쉽다는 점을 고려한 좋은 결정인 듯 합니다.
그 외에도, 행사 자체뿐만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의 follow-up도 마음에 들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감흥이 채 가시기 전인 바로 다음 날, 참석자들에게 다시 한 번 메일로 Fabric을 권한 것은 자칫하면 잊고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분들을 위한 배려이자 ‘한 번 써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였습니다. 또, 행사 만족도 설문 조사 문항도 단순 텍스트가 아닌 실제 세션 진행중에 찍은 사진들로 비주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기억을 되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Twitter는 Google이나 Facebook과 같은 강자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Fabric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두주자들은 생각할 수 없는, 2, 3인자이기에 가능한 이런 신선한 시도는 앞으로 플랫폼 전략을 실행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훌륭한 영감을 제공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