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픈 소스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 나온다고 해서 인터뷰를 받았었는데, 얼마 전 책에 들어갈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받았다.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는게 생겨난다니 묘하다. 그리고 속내를 말하자면 여유로이 털 핥는 고양이마냥 아무 일 없는 듯 얌전만 떨기보다 오랫동안 남게 될 책이라는 매체에 기록되니만큼 나의 좋은 부분을 세련되게 노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책의 본문이 되는 인터뷰 내용이야 기본적으로 대화에 기초하기 때문에 치밀한 자기 홍보의 여지가 딱히 없지만, 이 자기 소개는 그렇지가 않다. 예전에 별 생각 없이 써 두었던 발표자 소개를 갖고 한참을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기를 수십분, 아래와 같은 거창한 – 또는 얼굴 빨개지는 – 결과물이 나왔다.
이희승은 자바 가상 머신 기반의 대표적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인 네티 프로젝트와 아파치 미나 프로젝트를 창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연세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1999년 말, (주)아레오 커뮤니케이션즈 (現 (주)스탠다드 네트웍스)에서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5개 이동통신사와의 단문 메시지 전송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이래, 분산화된 대용량 단문 메시지 전송 게이트웨이, RPC 서버와 같은 고성능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을 꾸준히 개발해 왔습니다. 아레오 커뮤니케이션즈, 첫눈, nhn, 레드햇을 거쳐 현재는 트위터에서 근무하며 네티 프로젝트의 성능과 편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상과 업무, 가족과 나 사이에 끝없이 번뇌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자택 근무 7년차입니다.
사실 개인에 대한 소개나 칭찬이야말로 타인이 해 주어야 가치가 있는 법이지만, 그런 사치는 아마도 쉽게 허락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본 웹 사이트의 자기 소개 업데이트도 오래 되었으니 한 번 쯤은 해야 할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이것 저것 남의 시선 따지다가는 평생 껍데기만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었다. 예전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별의 별 생각들을 날 것 채 풀어놓는 것까지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내 생각의 흐름을 이 곳에 잡아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영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