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조은이 결혼식에 다녀왔다. 재택근무 이후 워낙 게으른 생활을 하다 보니 1시에 하는 결혼식도 늦을까봐 마음속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결과적으로 그런 과잉 반응 덕택에 꽤나 일찍 식장에 도착해 신부 대기실에서 조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 신부 복장을 한 친구라. 왠지 모르게 딸을 떠나보내는 아버지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마 결혼을 한 친구와는 시간이 흐르면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속설 때문인가 보다. 그런 건 정말 싫다.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을 찍는데 이것 참, 어깨에 손을 얹기도 뭐하고 옆에 앉기도 뭐하고, 뻣뻣한 자세로 찍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회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조은이 친구 봄이에게 부탁해서 같이 앉아서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제대로 한 방 찍을 수 있었다. ^^v
그러고도 신랑 신부 입장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축의금을 엉뚱한 쪽에 낸 것이다. 위의 액정 스크린에 버젓이 이름이 적혀 있는데 엉뚱한 쪽에 축의금을 전달하다니, 꼴이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이야기해서 돌려 받아 줘야 할 곳에 주었다. 여기서 가볍게 한숨.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식이 끝났다. 무대에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여행을 부탁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리스라, ‘제피로스’ 에서 보았던 그 회벽 마을을 나도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고 다짐해 본다.
한편, 봄이와는 지금까지 이름만 전해 들었을 뿐 제대로 인사조차 해 보지 못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인사도 하고 얼떨결에 말도 놓게 되어 기쁘다. 친구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도 친구가 늘어갈 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존재는 나를 들뜨게 한다.
바쁜데 와서 축하해 줘서 너무 고마워!
결혼을 하고나서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어!–
@박조은: 바쁘기는 무슨 ㅋ
청첩장 돌리거나 식장에 몰려든 하객들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항상 간직하기는 쉽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