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로 2009년이다. (1월 1일부터 어제까지는 놀았다.)
2008년을 돌이켜 보자면 딱히 한 일도 없이 흘러간 한 해라고 생각한다. 기억력을 되살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일들을 나열하려 하니, 운영체제 설치 및 네트워크 재구성과 같은 시간 죽이기 딱 좋은 일들이 먼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빈 말이 절대 아니다. 이런 저런 설정을 시도해 보다가 최근에는 전기세의 압박에 못이겨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한 번 재구성하는 데 일 주일은 족히 걸리니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 이득이 클 지는 의문이다.
그 외에 메일 클라이언트들을 이것 저것 시험해 보면서 20여만 통의 메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새웠던 나날도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최종의 해법을 찾아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Mutt 의 수 많은 설정 옵션들을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인생은 길지 않다던 직장 동료 Max 의 말이 떠올라 마음에 작은 후회를 남긴다. (이 친구도 대량의 메일 관리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는 것 같던데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딱 하나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면 Netty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을 언급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재단에서 작성해왔던 것을 새로운 라이선스 하에서 처음부터 전부 다시 작성한다는 것은 귀찮으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프로젝트를 정상 궤도에 올리고 기존의 내 작업물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자랑스럽다.
그런데 딱히 한 일도 없이 흘러간 작년에도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건강이다. 비록 운동 부족으로 인해 체력은 바닥을 달리지만, 순수히 건강 측면에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편안한 기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편안함은 세상 일을 좀 더 여유롭게, 그리고 좀 더 객관에 가깝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작년의 성취를 기초로 삼아 올해에는 더 튼튼하고 건강한 모습이 되어야 겠다.
아무리 뿌듯한 일을 애써 나열해도 채울 길 없는 구멍 투성이의 작년이기에 올해의 바람은 작은 듯 크다. 몸과 마음 튼튼히 하고, 읽지 않은 책 다 읽고, 시스템 구성 작작 하고 일 좀 제대로 하는 것, 그게 내 올해의 바람이다. 다들 SMART 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이런 모호한 목표로 제대로 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일단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