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등교길에 Real World 와 연결된 채로 있기 위해 노래를 듣지 않았다. 좀 후덥지근하고… 뭐 그냥 그랬다. 특별히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어제 제본을 맡긴 “J2EE Specification Proposed Final Draft 3″를 찾고 한 5분 정도 지각을 해서 강의실에 들어가려고 보니, 파워 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난 야맹증이라 어두우면 내 자리를 찾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강의실에서 어떤 여학생이 파워포인트 발표하는 소리를 들으며 제본한 책을 대충 훑어 보았다. 그 여학생은 지극히 페미니즘 적인 시각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의 여성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성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지금까지 내가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준 여성 중 능동적이었던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그녀들에겐 어떤 쟁취욕구가 결여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곧 이것이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교육 체계 안에서 길들여진 모든 대학생들에게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갑자기 강의실 불이 켜 져서 잽싸게 자리에 앉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내 자리는 좀 안쪽이라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의 길은 험난 했다. 예의없게도 좁은 자리를 헤집고 들어가는데 땅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조차 들어주질 않는 거다. 저번에도 그러더만 아주 웃기는 녀석들이다. 아마 이 수업 교수님에게 공대생이 무식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 이유가 이런 애들 때문일런지도. (전에 질문했을 때 이놈들은 거의 무조건 반사처럼 ‘모르겠는데요’를 연발했다)
수업이 끝날 때 일주일 간 정리한 중간 시험 대체 레포트를 냈다. 잘 되었으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날과 비슷하다. 다만 요번엔 공강 시간에 세 시간 있을 때 중앙 도서관 6층 휴게실에서 2시간 정도 공부를 했다는 사실 정도? 사실 중앙도서관 올라가는게 조금 귀찮아서 거의 가지를 않았는데, 나름대로 걸으니 기분조 좋고, 항상 보는 얼굴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되니 뭔가 신선한 느낌도 드는 것이, 앞으로는 공강 시간에 6층에 올라가 보면 좋을 것 같다.
7시에 수업이 끝나고 컴퓨터 실에서 빈둥거리다가 8시가 되니 배가 고파서 참을 수가 없어서 파파이스에 가서 런치세트를 싸가지구 와서 맛나게 먹구 재헌이를 기다렸다.
기다렸다가 둘이서 당구를 치러 갔고, 2:1 로 내가 져서 내가 쫌 더 많이 냈다 아아 =_=; 오늘은 당구를 너무 못친 것 같다; 다음주를 기대해 봐야 겠다~
그리곤 집에 왔다. 오늘은 아름다운 얼굴을 몇명이나 봤다. 세상엔 이쁜 사람이 참 많다… 하지만 마음씨가 이쁜 사람을 알아보는 힘이 나에게 있다면 더 좋겠다.
무언가 일을 하고 나니 기분이 풀리고 내 정서가 다시 온화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또 요즘은 리처드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삶에 꽤나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싫은 일이 있어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내게 가르쳐 준다. 사실 저자가 시키는 대로 전부 다 잘 되지는 않지만, 싫었던 일을 되돌아 볼 때 그것을 쉽게 잊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내일은 벌써 이번 주의 중간이다. 이 페이스를 유지해 보자~!
PS: 전에 메일을 보내주었던 그녀의 위로는 정말인지 좋았다. 마치 무슨 세라피라도 받은 것 같이 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