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 다만 아쉬운 건, 등교길 버스 안에서 졸다가 급히 내리는 통에 우산을 놓고 내렸다는 것이다. 난 잃어버린 것을 어떻게든 되찾으려고 누가 놓고 간 우산 없나 눈이 시뻘게 지도록 찾았다 -_-;; 결국 찾긴 했지만 너무 후져서 영 맘에 안들었다. 이번 기회에 멋진 3단 우산이나 사야 겠다. Navy blue 나 Orange 색으로 사야지 ^^
비가 온 것을 제외하고는 어제랑 별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방과 후 선배랑 정보특기자들 웹 서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버를 세팅하다가 집에 왔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내 홈페이지도 그 곳으로 이사가게 되지 않을까 한다. 네임 서버 설정 변경 요청을 해야 할 텐데 아휴~ 귀찮을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숙제를 했다. 간단한 거라서 금방 해치우고 지금이다.
공부는 도서관에서 하고 싶었는데 수업시간에밖에 못하고… 하지만 나름대로 흐뭇한 하루였다 ^^
오늘따라 실론티가 맛이 없었다. 차가운 홍차의 맛이 참 상쾌하고 좋았는데, 오늘은 왠지 홍차가 내 목에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목이 꽉 차버린 그런 기분…
이제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 좋은 시기인 것 같은데, 여러가지 해야 할 공부들이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다. 어서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와 할 일들을 해야 겠다. 학교 생활을 질질 끌리듯이 하는 건 정말 무미건조하다.
며칠 전 부터 일반 생물학 수업과 화일처리론 수업시간에 항상 들어오는 한 여자애를 발견했다. 그녀는 혼자인 것 같았다. 매일 혼자 앉아서 필기를 한다. 나라면 졸거나 딴짓하거나 할 텐데, 그녀는 졸지도 않았으며, 딴짓하지도 않았다. 그녀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녀가 혼자있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에 나는 그녀 주위에 몇 번 앉았다.
오늘 알았지만 그녀는 화일 처리론 수업 시간엔 친구가 있는 듯 했다. 여자애들 셋이서 수다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그녀도 끼어 있었다. 난 정말 그들이 그녀의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또 생각했다. 역시 그녀도 혼자는 아닌가 봐 라고…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각자 다른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었을까.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들은 정말 친구였을까? 왠지 그들은 원자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내가 특별히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볼 때 누군가가 나를 특별히 바라보고 있을까? 난 누군가가 내가 모르게 그래주었으면 한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면, 삶은 정말 희망에 찰 텐데.
PS: 그림은 Serial Experiments Lain 의 image 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