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시모에서 테스트가 있어서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 같이 테스트하기로 한 형이 온라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한시간 쯤 지나도 들어오질 않아서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아… 난 도저히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어.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렇게 정말로 ‘앉아’ 있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난 매일 이러곤 하지만 왠지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임을 더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난 집을 나와 학교로 갔다. 어제보단 날씨가 더운 기분이다. 바람이 좀 덜 불어서겠지. 지금 도서관에 가면 사람도 많고, 덥기도 할테니 에어컨이 달린 컴실로 갔다. 컴실에 있으면 역시 컴퓨터의 노예가 되는 일이 쉽사리 발생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자고 오늘도 마음먹으며 컴퓨터실의 문을 열어제낀다.
한 한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한 20분 쉬고 하는 식으로 약 4, 5 시간 쯤 공부한 것 같다. 목표량은 못채웠어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이제 쉴 겸 가만히 앉아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일기예보인줄 알았는데 지현이네…? 그녀가 문자를 처음 보내준 적이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기뻤다. 서로 공부 열심히 한다고 띄워주는 듯한 문자를 주고 받다가 끝난 것 같다…; 오래간만의 긴 대화여서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갑이 텅 비어서 저녁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음을 깨닫고 밖으로 나왔다. 길가엔 각종 콘서트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Spitz 한국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 정말 본능적으로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 칼로 포스터를 두 장 떼어 냈다. 아주 좋았다~!
예전에 길가에 붙은 콘서트 포스터가 하나 갖고 싶었을 때, 그것을 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그 때가 생각난다. 그땐 왜 그리도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는지…
지금도 나에게 묻는다면 내가 예전의 나와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난 여전히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데…
삶은 무지와 두려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계속해서 무지하고, 그래서 두려워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두려워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 일을 왜 해야하는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집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집착을 버리고 좀 더 용기를 내어야지…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