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꿈

그저께는 밤새고 어제는 자정이 넘도록 놀아서 몸이 장난이 아닐 줄 알았는데 좀 피곤하기만 할 뿐 괜찮았다.

조금 늑장을 부려서 지현이랑 재헌이랑 (또 누구였지) ICQ 를 나눴다. 오래간만의 아침 대화라 조금 생소했지만 뭔가 대화가 상큼했다.

첫번째 수업(일반생물학)을 듣지를 못하고 두번째 수업(파일처리론)을 듣다가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재헌은 졸리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좀 쉬러 컴퓨터실에 가 보았는데 잠겨져 있네… 결국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바람은 너무나 상쾌하고 하늘은 어찌나 높은지… 어제 온 부슬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멋졌다.

갑자기 내가 저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다.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꿈에서도!!!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상상을 하다니… 요즘 나에게 무언가 계속 변화가 일고 있는 듯 하다. 그것도 기분좋은 변화가…!

대성이형과 점심을 먹고 컴퓨터실에 돌아오니 너무 졸려서 낮잠을 약간 잤는데, 기분이 정말 최악이다 -_-; 난 정말 낮잠이랑은 안맞는 듯… 온 몸이 뜨겁고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것 같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감기 기운이 좀 더 심해졌는지… 목도 부어서 참 힘들었다. 조금 전까지 하늘을 날고 싶었던 그 맑은 하늘은 어디 간 걸까? 난 어쨋든 몸이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 하늘을 동경하고 싶다고 느꼈는데…

마지막 수업인 운영체제를 들을까 말까 하다가 성적이 생각나서 앉아서 소피의 세계를 읽었다. 이제 곧 니체가 나올텐데… 정말 기대된다. 꼭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사서 읽어봐야 겠다.

어렵게도 수업이 끝나고 정보특기자 회의가 있어서 잠시 있다가 성준이랑 Dunkin’ Donuts 에 슬러쉬(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를 먹으러 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Dunkin’ Donuts… 분위기 좋은데? 다만 디지몽이란 게 여기저기 도배되 있는게 좀 싫었다. –; 난 포켓몬도 잘 모르는데 참…;

힘든 몸을 이끌고 다닌 하루 치고는 평범했던 것 같다. 오늘 어디선가 쓰려져도 이상할게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영혼이란게 정말로 존재하는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 세계가 실존하는가? 정말로 이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인가? ‘나’ 라는 것이 사실은 기억과 감각의 집합체는 아닌가? 우리 존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영혼’ 이란걸 만들어 냈다고 하는 말을 오늘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이란 걸 믿는다고…

난 영혼이나 나를 창조한 신을 믿지 않는다. 내 육체가 없으면 영혼이란 것도 없고, 내 안의 신은 나의 친구이자 나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영혼은 소중하고 신이란 경건한 존재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결론과 일치하긴 한다.

어떤 사람이 유물론적 관점을 가지던, 실존주의를 찬양하던, 그것은 그 사람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취향은 취향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그래서 자신의 속박을 벗어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당신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다면…

PS: 사진은 POSCO Gallery: 날개, 나의날개 (1997. 10. 12 – 11. 19) 의 작품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