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

놓쳐서 늦게 탄 버스는 안이 아주 한산하다. 어제 느껴지던 그 열기는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원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한 일이 없는 하루다. 매일매일 거대한 인생의 서사시를 쓰는 것처럼 일기의 지면을 채우는 일은 무의미하다. 매일 밥을 먹는 것이 우리에게 별다른 의미도 주질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

어김없이 재헌이를 꼬드겨서 당구를 쳤다. 침착함과 신중함, 그리고 행운이 나를 다시 한번 승리로 이끌어 주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이 마음. 역시 자꾸 이겨버린다는 건 친구에게 미안한 일이고, 또 이겨버릇해서는 승리의 귀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애시당초 오늘 있던 아카라카에는 가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내일 시험이 오후 7시라서 시간 여유가 많다고 생각하고 아카라카를 구경했다.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집단 응원, 가수 퍼레이드, 또 응원으로 마무리되었다. 싸이, 설운도(!), 소나기, 야다, 포지션, 레이지본, 크라잉넛, 핑클 등등 많은 가수들이 와서 노래를 불러 주었다. 포지션과 야다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다.

응원할 때에는 응원 춤 동작을 다 잊어버려서 고생했지만 이내 대충 익혀서 어느정도 따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곤 해, 멍하니 춤을 추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커다란 벌집 안에 흠집이 약간 난 모양 비슷했으리라. 그래도 나 혼자라는 생각은 안 들고, 그저 멍 하니 바라볼 뿐이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뒷풀이를 약간(막차 시간 때문에 중간에 나와 버렸음)하고 돌아오는 길에 꽤 전에 보냈던 문자메시지의 답을 받았다. 뭐랄까, 언제 받아도 기쁜 그런 메시지다. 오늘 보낸 메시지가 10년 뒤에 답장이 와도 기쁠 그런 메시지. 사실 나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 주는 사람은 019와 그녀 뿐이다. 보냈을 때 답장 줄 사람은 그녀 뿐이다.

이런 생각이 나면 가끔은 기뻐해야 하는지 쓰러져 울어야 하는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 난 외로운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정답은 ‘,’ 쯤 되지 않을까?

PS: 사실 일상의 일들이 완전히 무의미하거나 하지는 않다. 어떤 것에 의미가 없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자기 삶 자체가 의미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