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

고등학교 동창 성호가 우리집에 놀라 왔다. 와서 그는 내 CD-Writer 로 씨디를 여러장 만들어 갔다. 중간에 에러가 나기도 했지만 그럭 저럭 잘 되었다.

그리고 음악 이야기에 대해 주로 나누었다. 특별히 생각은 나질 않는다. 음악씨디를 몇장 만들어서 그것을 틀면서 이야기를 했다. 슈베르트의 씨디를 틀었을 땐, 이것이 유행곡인지 아니면 클래식인지 분간이 안 갔다. 낭만이란 이런 걸까. 유행과도 같은 것.

그것은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다. 낭만이란 유행 이상의 것이라고 우기고 싶다. 하지만 낭만을 겪어 보지 않은 내가 그런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소용없는 것일 듯 하다.

그를 돌려 보내고, 누나와 매형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왠지 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오래간만의 집안일이다. 몸에서 가볍게 땀이 난다. 걸레를 빨면서 땀을 식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바닥을 기며 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Pump It Up을 했던 이유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일을 마치고 나는 샤워를 했다. 미지근한 물로 모공을 열고 크린싱 폼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찬 물로 모공을 닫았다. 거울엔 번들거리는 내 얼굴이 비친다. 기름이 끼지도 않았는데 번들거리는 내 얼굴이 싫다. 아침에 일어난 것 처럼 면도를 하고 스킨, 로션을 했다. 면도 독 때문에 얼굴이 후끈댄다. 향수까지 뿌리면 데이트 장소로 향하는 내가 될 것만 같았다. 누구라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밤. 누구나 집에서 쉬는 시간. 한 밤중에 나를 당장이라도 반겨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난 외롭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하지만 난 꽤나 그것을 바랬던 것 같다.

사실 오늘은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 외로움이란 파도같다. 해일일 것 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리고 표면을 부드럽게 깎아지르는 것. 외로움을 겪고 나면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고 마음은 편히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짜 ‘해일’ 이 닥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모르겠다. 어디에 기대야 할까? 죽어야 할까?

PS: Southern All Stars 의 ‘Tsunami(해일)’ 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감동적인 노래… 그런데 싱글 사진은 보컬 아저씨가 독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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