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의 거리는 깨끗하고, 하늘은 푸르며, 태양은 빛을 대지에 골고루 뿌려주고 있었다. 나날이 더해 가는 아침 버스의 열기는 멈출 줄을 몰랐고, 강의실은 힘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의 지원 아래 나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잡는데 필사적이었다.
오늘은 무언가 공부를 해 보겠다 다짐했건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여러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공강시간을 보냈다. 새로 나온 가수나 노래들을 보고, 아래에 뜨는 가사를 보면서 따라 불러 보기도 하면서 약간은 불안한 여유를 즐겼다. 막상 하려면 하기가 두려운 것이 공부였던가. 사실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운 것에 대해서는 항상 주저함이 따른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불어넣는 것, 가보지 않은 곳에 가 보는 것들 모두가 나에게 용기가 부족함을 암시하고 있었다.
구겨졌던 자동차의 범퍼를 펴기는 어렵다. 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마찬가지로 어려우며 공을 들여야 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제 2의 사춘기가 찾아왔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하지만 곧,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회복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더 용기를 내야지… 사람들에게 좀 더 안정적이고 푸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힘이 되도록 하고, 새로운 시도를 무서워하지 않아야지.
수업이 끝난 뒤에 연세일본문화연구회의 JPT 2급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다. 성훈 님, 그리고 순규님, 수지님, 등등 (나머지 분들은 기억이 잘…;) 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았다. 성훈님은 말을 아주 열심히 하시는 듯 했고, 수지님은 나와 동갑인데도 상당히 성격이나 인격 면에서 안정되고 여유로와 보여서 좋았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다다다 친해졌으면 한다. 매주 수요일 만나지만 다른 날도 같이 공부하면서 친분을 쌓았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끝나고서는 ‘PHILL HARMONY’라는 술 집에 갔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이 때 쯤에는 어색했던 내 기분도 많이 풀어져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의 애들이 정말 난리 법석을 떨며 시끄럽게 굴어서 좀 귀찮았다. 뭐 좋을대로 하라지 풋풋.
수지님과는 같은 곳에서 버스를 타서 잠시나마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는데, 버스가 너무 일찍 와 버리는 바람에 몇가지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야기만을 나눠 보고 헤어졌다. 저녁도 먹지 않고 술을 마셔서 지끈거리는 내 머리를 달고 집으로…
조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한참 졸 때엔 정신이 몽롱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졸기만 하다가도, 갑자기 그 상태에서 깨어나면 머리가 어찌나 개운한지 무슨 지식이든지 다 주워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잠 자는 것, 조는 것. 그들은 아마도 우리 머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필수적 메커니즘 아닐까나. 과학적으로는 REM(Rapid Eye Movement)가 일어날 때 뇌세포가 Refresh 된다고 한다.
오늘처럼 무난한 하루도 없었다. 평화로웠으며, 집에 와서는 즐거웠다. 만족감이라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을 느꼈다. 정말 편안하다는 느낌. 나와 대화를 나눠 주신 분들께 감사…~
PS: 넣을 사진이 없어서 우유가 곰돌이 넣으래서 넣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