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일하게 될 회사에 가려고 했으나 이야기를 해 본 가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가지 않았다. 가지 않는 동안 무슨 지령이라도 떨어져야 할 텐데 답답해 죽겠다. 돈을 빨리 벌고 싶은데.
오늘은 신촌 문화 축제 둘째 날. 행사 시작 예정 시간인 12시 30분에 정확히 행사장에 도착했다. 1시간 쯤 기다려도 행사는 시작할 줄을 모르고 땀이 계속해서 조금씩 났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학교에서 컴퓨터를 했다. 점심도 굶으며 그냥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있었다.
5시에 현준이를 만나서 같이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영화 ‘Enemy at the Gates’ 를 봤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유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쟁의 절박함, 무자비함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만한 영상이 초반에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해 둔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과 그 여자 빼고는 다 바보인가. 나쁜 사람인가. 정말 그렇게 그려야만 한단 말인가. 제일 불쌍했던 사람은 그 안경 쓴 장군(영화 초반에 진급되었으니까)이었다. 세상이 정말로 불공평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 코니그 소령은 어떤가. 그가 그렇게 죽어야 할 이유가 있기라도 한가. 정의의 응징이라도 된단 말인가. 엔딩에 죽을것 같던 여자가 살아났고 그 둘은 해피엔딩으로 이쁜 사랑을 하며 잘 살았습니다~!??
확실히 사랑에 기뻐하는 자 만큼이나 사랑에 절망하는 자도 많다. 나도 몇 번은 절망했던 것 같다. 쓸데 없는 합리화나 투사도 해 보고, 내 잘못이라 탓해보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그녀가 다른 누군가와 쉽게 사랑에 빠지곤 하기도 했다.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그렇게 사랑이란 것은 전쟁만큼이나 잔혹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