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다. 사실 며칠 그저께까지도 난 오늘이 현충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부터 확실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된 날짜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바보 소리를 먹어서 기분이 야릇하다. 싫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바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한 것이 싫지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보란 소리를 – 그것이 선의였건 악의였건 – 듣는다면 난 본능적으로 싫은 기분이 든다. 사실 기분이 별로 안 좋을 때라면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도 기분이 상하겠지만 요즘은 기분이 나쁜 날이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려고 보니 위에 별로 찍지도 않는데 비싼 돈을 주고 산 레이저 프린터가 떡하니 내 책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프린터를 다른 컴퓨터 옆에다가 놓고 복잡해져 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쓰지 않는 종이조각과 MD 케이스를 모두 처분해버리고 걸레질도 하고 하니까 훨씬 좋은 분위기가 되었다. 청소하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MD 케이스는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것일까. 노래 제목이 궁금하다고 해서 케이스를 꺼내서 일일히 확인해 볼 이유까지는 없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케이스가 없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MD 를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소를 하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할까 했지만 왜이리 내키지를 않는지. 난 정말 이상한 병에 걸렸다. 끔찍한 게으름뱅이의 최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일은 필히 도서관에 가서 나오지 말도록 해야 겠다. 한번 책을 잡으면 열심히 하는데 어째서 책을 잡기를 싫어(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저녁을 먹고 쉴 겸 “Enemy of the State”를 봤다. 꽤나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는 짜증나는 놈이다. 아시아인을 어째서 그따위로 표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난다. 어짜피 그 녀석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라.
뭔가 일이 잘 된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는다. 좀 공격적으로 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휴… 다들 자기 일들 잘 하고 있을까…?
PS: 사진은 Every Little Thing 의 앨범 ‘eternity’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