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편지.

컴퓨터 과학 입문 시험을 보려고 학교에 갔다. 아직 시험 범위까지 나가지를 못해서 공부도 할 겸 12시 쯤 학교에 도착했다.

공부하러 온 수재랑, 언제나 있는 기선형과 셋이서 시험 공부를 했다. 나는 어제 정리하던 노트를 계속 정리했다. 결국 8장까지 할 수 있었는데, 꽤나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과목도 이렇게만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배가 고파서 같이 갈 사람을 물색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현이다. 공부하느라 피곤하고 힘든 모양이다. 뭐라고 말을 해 줘야 하는데, 왜이리 할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지 “힘내”, “잘할거야” 라는 말로 일관해야만 했다. 그런 내가 싫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외엔 그다지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왠지 용서가 되지를 않는다.

결국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공대 매점에서 우동이랑 부침개를 먹었다.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마침 난희와 대화한 것이 생각났다. 도서관에서 편지 쓰기… 그래, 어쩌면 좀 더 그게 표현이 잘 될지 모르지! 하고 나는 편지지를 하나 골라서 도서관 휴게실 구석에 앉아 시험 시간을 한시간 남겨 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20분 간 나는 3 줄도 쓰지를 못했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이미 연습장의 반을 넘어섰을 때 쯤에서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시험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그것을 편지지에 옮겨 적고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문제가 평이해서 한시간 만에 풀고 편지를 전해 주러 갔다.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우편함에 넣으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서(-_-;) 13층에 제대로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만나서 주려고 했더니 메시지가 제대로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눈에 안띄는 거리의 비밀 장소(?) 에 숨겼지만, 곧 지현이에게 전화가 와서 13층에 올라가는 법을 알아내서 결국 그녀의 집 문 앞까지 가게 되었다. 그녀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째 편지를 직접 건네주기가 어색하다 생각해서 그것을 문 손잡이에 세워 놓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로 사라졌냐고. 편지 한통만 달랑 있더라고. 왜 편지가 한장밖에 없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써 보는 편지. 악필이었지만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편지는 도움이 되지를 않는데… 내 편지는 어떤 편지였을까.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어서 써서 줘 버리고는 사라지는 나… 상상도 못했던 내 모습을 오늘 보았다. 내 느낌에 나를 맡기고 무언가 생각에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내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PS: 사진은 요즘 자주 듣는 Koyanagi Yuki의 싱글 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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