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에게 컴퓨터 과학 입문 정리한 노트 빌려주기로 해서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영부영하다보니 11시 -_-… 요즘 왜이리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일어나서 웹 사이트를 약간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훈이가 Visual Basic 책을 빌려달라 해서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교엘 갔다. 조금 더웠지만 참을만한 날씨였다. 최고 기온이 32도라고 하던데 어제와 그렇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컴퓨터실에 가서 수재에게 노트를 건네주고 빈둥거리다가 정훈이를 만나서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주고 파파이스에서 더블세트를 먹고서는 정훈이랑은 처음으로 당구를 치러 갔다.
내가 당구를 어찌나 못치던지 120으로서 아주 쪽팔렸다. 더워서 땀은 삐질 삐질 흐르고 정말 힘들었다. 한번은 지고 한번은 이겼다. 두번 다 질 것 같았는데 다행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게임 끝나고 끌어 치는 법 강의를 어설프게 하다가 타워 레코드 앞에서 헤어졌다.
타워 레코드에 음반 새로 나온거 뭐가 있나 구경하고 씨디 좀 들어보다가 다시 컴퓨터실로 왔다. 왜 왔냐고 묻는다면 이유도 없었지만 좀 당장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컴퓨털르 약간 만지작거리다가 힘이 들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엎드려서 이어폰으로 ELT 의 ‘Every Best Single + 3’ 이라는 앨범을 계속 들었다. 한 20 분 정도 잠도 잔 듯 하다. 왜 이리 내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는지…. 어제 13층 가는 법을 몰라서 헤맨 것은 물론이고 ‘상실의 시대’를 ‘상실의 세계’로 잘못 쓴건 또 무어란 말인가. 말을 해도 실없는 말만 하고, 말길도 잘 못알아 듣고… 더워 지니 집중력이 정말 많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점점 게을러진 것인지… 기분이 무슨 일을 하기에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서는 하이텔에 잠깐 들어갔다. 지현이가 이용중이라서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그냥 그런 일상의 이야기. 내가 힘이 없는지는 어떻게 알아가지고선, 기쁘다. 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좋아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컴퓨터실을 나왔다.
버스 안에서는 Koyanagi Yuki 의 ‘Expansion’ 앨범을 들었는데, 그 안에 ‘Prove My Heart’ 란 노래가 맘에 들었다. 가사를 들어 보았다.
언젠가 일어날 뜨거운 사건은 틀림없이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 옛적 이야기를 해도 의미가 없어 Prove my heart! 지금이 없어지기 전에!
…
너가 찾은 것은 소중한 세계 최고의 멋진 것이니까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거라면 Proove My Heart!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 그것을 나는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늘 내가 아끼던 사람이 내일 없을 수도 있고, 내가 내일 이 땅에 없을지 모른다. 내가 오늘 저지른 작지만 부끄러운 실수들은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소중히 하는 나를 갖고 싶다.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PS: 사진은 Koyanagi Yuki의 ‘Expansion’ 앨범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