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만남

요즘 내가 어떻게 잠들었는지, 꿈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너무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나머지 깨어났을 때면 내 자아의 어딘가가 소실되었다거나, 내 주위의 누군가가 바뀌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금은 불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바다 위의 배는 항상 흔들린다. 자연스럽게 흔들린다. 내 삶도 그렇게 느릿 느릿 흔들려 왔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요즘은 미린이가 말해준 캐나다의 서스펜션 브릿지를 걷고 있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나를 살살 에인다.

어제 받은 씨디에 대해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럴싸한 묘책은 떠오르질 않는다. 내 나름대로의 선물을 준비중이다. 선물을 할 바엔 역시 최선을 다하는 편이 좋다. 첫 만남에 선물을 받아본 사람만이 아는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헌이와 당구를 치고는 휴대폰 줄을 사러 돌아다녔다. 맘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왜 휴대폰 줄을 사러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난 선물받고 싶었는데. 이러긴 싫은데 그냥 그렇게 했다. 핸드폰 줄을 안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줄이 달리겠지.

재헌이가 내 일기장을 보고 “완전히 푹 빠졌네~ 해바라기가 달님을 보네~” 한다. 난 아니라고 소리친다. 솔직한게 죄인가요. 정말 그땐 그렇게 느꼈는걸.

현우와 대화했는데, 그는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사람은.. 세번은 만나봐야 되요. 기억하셔야 되요…”
“왜 세 번이지?”
“첫번째는.. 외모를 보게 되요.. 두번째는.. 음성을 듣게 되요.. 세번째는.. 생각을 듣게 되요.. 네번째는.. 마음을 듣게 되죠.. 그래서.. 세번째 까지는..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행해야 된다고 생각..”

지금까지 수많은 부족한 만남들을 해 온 나. 그나마 충분한 만남을 해 온 사람을 놓치기가 너무 싫다.

복잡한 감정의 하루에 작별을 고하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