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기.

홈페이지 작업이 대충 완료되어서 이전 작업을 했다.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카운터도 맞추고, 일기장이랑 방명록도 php 에 통합하는데 성공해서 기쁘다. 내가 원하던 페이지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php도 처음 해 보고 여러 모로 고생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php의 의미 그대로 개인이 쓰기에 아주 적당한 언어 같았다.

홈페이지를 수정하고 보니 11시에 일어났는데 3시가 다 되도록 밥 한끼도 먹질 않았다. 집중력의 끝은 어디일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속 시간이 6시니까 4시 부터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3시를 넘어버렸으니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한 셈이다. 유정이도 한끼도 안먹고 있다가 세 시쯤에야 아침(?)을 먹었다 하니 둘 다 대단한 인간들임에 틀림없다 ㅡㅡ;

우린 6시 반에 만났다. 나도 시간이 약간 촉박했을 뿐더러 유정이도 머리 말리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30분 정도 늦추었다. 그런데 난 버스가 늦게 와서 10분 또 늦어서 6시 40분에 만났다. 일단 예매한 표를 받고 어디로 저녁을 먹으러 갈까 갈팡질팡하다가 ‘Mr. Pizza’에서 피자를 먹었다. 피자헛 피자보다는 맛이 별로였던 것 같다. 역시 엑스트리마 피자가 최고야..; 특히 빵이 너무 얇고 부드럽지가 못해서 코를 자극해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남은 두 조각은 싸가지고 나왔다. 피자를 다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버렸다. 막상 기억해 내려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런 삶의 이야기들을 했다. 수강신청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휴학 게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쩜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까..

이번 예매한 자리는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화면에서 조금 오른쪽이어서 균형이 약간 안맞았다. 사운드는 그런대로 좋았다. 소리가 꽤 커서 몰입이 잘 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호러 + 역사 + 동서양액션 + 미스테리의 혼합물이었는데, 일단 중간에 짤린 부분이 있다. 그것도 처리가 매우 매끄럽지 못하다. 특수 효과 면에서는 슬로우 모션을 이용한 컷이 꽤 많았는데 남용하니 조금 별로였고, 3D 그래픽으로 처리한 채크럼으로 변신하는 칼은 그래픽 티가 너무 많이 났다. 그리고 별 의미없이 너무 야한 신이 나오기도 했다 ㅡㅡ; 하지만 오락적인 면에서는 딱히 나무랄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여기저기 조금씩 어설퍼서 문제일 뿐이다. 내일 볼 A.I는 그다지 평은 안좋은 것 같지만 그래도 기대가 된다. (난 SF는 왠만해서 전부 좋아하는 편이니까) 유정이는 소리가 너무 커서 안좋았나 보다. 귀 때문에 병원을 다닌다고 하는데 미안했다. 좀 더 조용하고 재미있는 것을 골랐으면 기뻤을텐데.

영화가 끝나니 10시 20분. 잠시 신촌을 배회하다가 현대백화점 근처에 있는 공원에 앉아서 또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는 유정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많은 이야기로 그녀와 더 친해졌다고,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오렌지색 안경도, 웃을 때 생기는 이마의 주름도, 희지 않지만 아름다운 갈색 피부도 자연스럽다. 더 멋져 보일 때도 많다. 오늘은 그녀가 나를 배웅해주었다.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을 실어 손을 흔들었다. 다시 만났으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