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日のファンタジー

오랜만에 성호가 놀러 왔다. 왜이렇게 친한 친구에겐 게으름을 피우는 것인지 지난번에 왔을 때 맡기고 간 씨디를 아직도 복사를 안 해 놓아서 미안했다. 남자들 끼리는 무언가 사과하기도 힘든 친하면서도 벽 같은 게 있는 걸까? 하여튼 오랜만에 만나서 책 이야기, 음악 이야기 등 여러가지 일 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정작 자신들의 일상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이야기한 것 같지는 않지만 좋았다. 어쩌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감상을 하는 게 우리들의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지도 모르니까.

한참을 그러다가 간식으로 피자헛에서 엑스트리마 피자를 시켜 먹었다. 라지를 둘이서 한 조각만 남기고 다 먹었으니 엄청난 대식을 한 셈이다. 그래도 어찌나 맛이 좋은지 그렇게 심각하게 배부르다는 생각도 안 들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집에서 먹을 땐 피자를 손으로 먹는데, 밖에서는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 먹을까…? 난 손으로 먹는게 훨씬 기분 좋던데. 양념이 묻은 손을 쪽쪽 빠는 재미도 있고 좀 더 솔직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계속 씨디를 구우면서 음악이야기를 하다가 성호는 강남 역으로 자바 과외를 하러 갔다. 그 뒤로 나홀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듯 싶다. 가족들이 하나둘씩 집에 돌아오고 나는 피곤해 져서 침대에 누웠다. 누워 있다가 방금 도착한 [장미의 이름] 서두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안경을 벗고 책을 읽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글씨의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고, 종이의 질감이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 진다. 30분인가를 그렇게 있다가 일어났다. 책은 즐거워..~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와 매형이 왔다. 광복절인 내일 조개를 따러 놀라가자고 하는 것 같은데 난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도심의 카페에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벤치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다. 조개따러 차 타고 멀리 멀리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가볍게 친구와 점심으로 우동 국물을 후루룩 들이마시고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저녁으로는 초밥을 먹고선 집에 가서는 서로에게 편지를 띄우는 거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나는 환타지에 빠지고 만다…

내일 정말 그럴 수 있을까.

PS: 사진은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에 있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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