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理想型)

학교에서는 간단히 수업 듣고 공강시간에는 개강 기념 당구 데뷔전에서 후배를 상대로 2승 1패로 누르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나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나처럼 두꺼운 안경을 쓴 채로 클리어케이스를 한쪽 손에 든 채 흔들리는 차창을 가볍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두꺼운 안경을 그녀는 여린 손가락으로 자주 올리곤 했다. 화장과 코디 덕에 더 희어 보이는 얼굴. 안경에 의해 굴절되어 작아 보이는 눈. 부드럽게 웨이브가 들어간, 불규칙한 듯 하면서도 균형있게 흐드러지고 빛나는 머리칼.

그녀에게 너무 말을 걸고 싶었다. 꼭 당신을 알게 되고 싶노라고, 반했노라고.

하지만 나는 걸지 못했다. 그녀가 내리는 곳 까지 따라갔어야 옳았는데 그 용기까지는 없었나 보다. 다만 매주 수요일 그 시간에 항상 버스를 타며 그녀를 다시 만나기를 기도하기로 했다.

오늘 밤, 그녀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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