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접수를 마쳤다. 이제 공식적인 휴학생이다. 이대로 저 구름 가득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에 팔과 가슴을 활짝 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활기가 넘치는 하루다.
휴학 접수 뒤에는 충무로에 가서 필름과 렌즈 청소 도구를 샀다. 필름 가격이 한통에 7000원이나 되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였다. 사실 매월 5일이 테크노비전 월급날인데, 지금까지 제때에 입금된 날이 하루도 없었다. 과연 이번엔 언제 입금될 지 한 번 끈덕지게 기다려 보도록 해야 겠다.
돌아오는 길에 역시 달리 찍을 정물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몇 명인가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원하는 상황을 우연적으로 연출시키기란 정말 대단한 인내와 과감성을 갖지 않으면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별 소득 없이 집에 돌아왔다.
렌즈와 필터를 청소했다. 먼지를 날려 버리고 UV 필터를 완전히 잠근 모습이 빛난다. 앞으로 얼마간은 닦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요일날 수재와 여의도 촬영회 가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 비싼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을텐데 잘 나오기만을 바랄 뿐. . .
BROS의 디버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거의 제대로 작동하는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류 발생 시 메모리에서의 완전한 Rollback을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어렵다기 보다는 느려서) 구현을 할 지 안할지 고민이 된다. 아마도 캐쉬 기능을 구현하면서 그 쪽에 포함이 되지 않을까 싶다. 퍼포먼스는 기대한 바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그렇게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오랜 시간의 코딩 끝에 나온 라이브러리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정도의 디버깅만으로 작동하게 되었다는게 너무 자랑스럽다. (가끔 디버깅을 하다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는 내가 처음에 이것을 설계했을 때보다 멍청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저녁엔 운동도 하고, 한가하면서도 보람있다고 느낄만한 휴학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