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렇게 낮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다가도 일이 막혀버리면 다으날로 모든 남은 일들을 미루고 싶은 충동에 빠지고 만다. 예전부터 그래 왔던 나의 습관이지만 버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 최악의 경우, 그러니까 매일 매일 조금씩 진행되다가 계속 난관에 부닥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루가 망쳐진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한다.
BROS의 치명적인(?)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법을 생각해 보다가 오늘 밤이 되어서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깨닫고 말았다. 결국 일은 거의 못 한 셈이 되었다. 라퓨탄넷에서 연락이 안화서 어짜피 일을 제대로 못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번 달 말까지 이 일 꼭 끝내고 싶다. 뭐랄까, 나의 자부심이 그렇게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프로라면 기본적으로 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요즘은 참 일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일이라는 것이 내 휴학 생활을 바로 ‘지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10월이 지나면 변하리라고,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고 깊이 원하고 있기에 나는 더욱 더 일을 끝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한가해지면 지난 방학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여러 번 만나고 싶다. 그때와 지금의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다를테니, 좀 더 서로의 삶의 방향을 느끼기 쉽지는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게 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운전면허도 알아보고… 휴학 기간을 학기중보다 더 꽉 차게 보내고 싶다.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사랑’이라던가 ‘만남’이라던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꺼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이 있을 때면 내 마음 속 한 언저리에서부터 그 단어들이 내 주위를 감싸돌곤 한다. 이것은 필연. 아니 우연. 어쩌면 만나지 않았어야만 하는 우연. 차창을 지나 멀어지고 마는 앰뷸런스의 둔탁한 사이렌소리처럼 스쳐지나가는 것도 어쩌면 인생의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만나고 헤어짐 속에 당신을 발견한다. 당신이 아니면 안되는 ‘당신’. 인생의 필연을 거부하는 우리가 되고 싶다.
PS: 수재가 제 4회 ACA Comic Fair 에서 찍어준 사진.. 자연스럽게 나와서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