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일어나 어영부영 있다가 1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삼각대와 볼헤드가 나와서 구입을 결심하고 4시에 서울대학교 앞에서 팔기로 하신분을 만나 직거래를 했다. 물건은 약간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양호했고 특히 파시는 분이 참 친절하셨다. 대학교 입학 문제로 3 년 전 쯤 왔었던 곳인데, 변한 것은 거의 없어 보였다. 기념으로 서울대의 전경을 한 장 찍고 학교로 왔다.
학교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이제 통장 잔고가 9 만원이 되었음에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메신저를 띄워서 놀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학교 도서관 휴게실에서 약 2 시간 정도 공부를 했다. 방학치고는 조금 늦은 시간대라서 사람들이 얼마 없었고, 그나마 다들 휴게실이니 담소를 나누거나 연인들끼리 놀고 있거나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에 몰입하다 보니 결국 그런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좋았다.
집에 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내가 새로 산 이 삼각대를 행사장에 들고 가서 그것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품으로 주면 20만원은 주어야 하는 삼각대와 헤드니 크기도 커 보이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눈빛도 조금 달라지고,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막연한 어떤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을까 두렵다. 가뜩이나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에 대해 코스튬플레이인들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그 곳에서 사진찍기가 두려워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