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시작.

재헌이 따라 재헌이 여자친구 편입 원서 넣으러 홍대에 갔다가 홍대앞에서 당구를 치고 우리 학교 근처의 ‘이끼’ 라는 곳에서 돈까스를 저녁으로 먹었다. 맛이 꽤 좋아서 다음에 누군가와는 꼭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집에 와서는 일을 했다. 마음대로 안 풀려서 별 진전은 없었지만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 내었다는 점에서 ‘삽질’이기를 거부하고 싶다. ㅡㅡ;

그리고 이젠 잠들 시간…


일기를 쓴 때 집중해서 무언가 진지하게 써 보고 싶다고 불과 몇 분 전까지 생각해 보았지만 무언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어떤 훌륭한 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것은 그 날의 경험에 대한 크나큰 관찰력과 그것으로부터 온 무언가 ‘말하고 싶음’이라는 욕구에서 오는 것이리라. 요즘엔 그 욕구가 매우 감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와 함께 나의 여러 감성적인 측면들 – 가장 대표적으로 사랑, 그리고 여성 – 또한 그와 비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딘가로 꼭 꼭 숨어서 털끝조차 내밀 줄 모르는 지금의 나의 감성을 완전히 꺼내고 싶다. 그 검푸르며 윤기가 흐르는 몸에서부터 가느다랗게 떨며 확산광을 내보내는 섬모까지, 나조차 본 적 없는, 나조차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에게서 나왔으면 한다. 서로 그것의 신기함, 소중함을 공감하며 그것이 처음 있었던 심연으로 함께 들어가버리고 싶다.

아마도 그 심연엔 아무도 없겠지. 함께 하고자 하는 나의 소망의 이중성. 함께 오래 있으면 무언가 너무 빨리 익숙해져서는, 다시 홀로되었다고 착각하고 마는 반복의 중심.

감성의 시작은 감성이라기 보다는 홀로되는 것. 감성의 끝은 익숙해지기 보다는 주시하는 것.

나는 여전히 시작을 맴돌며 눈물흘리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