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메인보드의 콘덴서가 터져서 오랜 시간동안 서버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시간을 갖고 새로운 사이트의 구상도 해 보았고, WikiWiki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 사이트를 위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에게 하루에 꼭 한 번 씩은 사이트가 언제 복구되냐는 질문을 던지며 나를 괴롭혔다(?). 그랬기에 나는 그 분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단 서버가 다운되기 약 일주일 전의 백업본을 기초로 정보특기자 홈페이지 서버에 사이트를 복구하기에 이르렀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이트는 복구되었고, 오늘 DNS 캐쉬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집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서버가 다운된 뒤 있었던 일들이고, 나는 그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무언가 해방된 느낌도 어느 정도 들었고, 무언가 좋은 – 내가 만족할만한 – 일기를 쓸 때 까지 이렇게 새 사이트 개발을 즐기며 조용히 있고 싶었다. 내가 오늘 무엇을 했는지보다 내가 오늘 무엇을 생각했는지, 내가 오늘 무엇을 찍었는지보다 그 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솔직히 쓸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때까지 나만의 삶을 즐기고 싶었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전부가 연결된 우리는 나 자신도 아니며 우리도 아닌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기에 최소한의 자기만의 공간을 찾으려 들고, 그것이 작아졌을 때,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어졌을 때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은 내가 지난 몇 달간 그런 생각을 해 왔었다. 혼자 누워 있거나 세면실에서 거울을 바라볼 때, 나는 언제나 나의 존재와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기 위해 ‘I am alive, I am O.K.’ 따위의 이런 저런 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그런 면에서 나만의 공간이란 밤하늘의 달과 그 옆에서 같은 밝기로 빛나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느낌이었다. 달, 별, 그리고 나에게 존재하는 공통점이란 미미한 것이지만, 어째서 우리는 이 큰 자연의 테두리 안에서 함께 이 시간과 공간에 있는지, 그것만 생각하면 내 가슴은 벅차오른다. 가슴벅찬 밤, 나는 이것이 대상에 대해 끝없는 관심을 기울인다거나 항상 생각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해 자신이 가지는 순수한 기쁨의 감정에서 오는 것임을 알았다.
클래스를 완성했을 때의 기쁨. 그것은 성취였고, 누군가와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그것은 사랑이었으며,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를 들엇을 때의 기쁨. 그것은 믿음이었다.
기쁨이 나를 강하게 해 주어왔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나는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