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지 한 주가 지났고, 월요일에 중국 운남성으로 여행을 떠나셨던 부모님은 오늘 새벽에 돌아오셨다.그리고 잊고 있었던 코스튬 플레이 행사도 오늘부터 양일간 열릴 예정이고, 나는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 조금 바뀐 것이 있다면, 아마도 내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Linux 로 바뀌었고, 지현이가 서울에 돌아왔고, 많은 후배들이 컴퓨터실에서 선배들의 눈길을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 정도?
그다지 즐거운 일은 없다. 몇 권인지, 몇 장인지 알 수 없는 책들과 시디가 책장에 쌓여 있는 내 방에 있는 정보의 양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것들을 모두 내 머릿속에 넣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읽었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작곡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는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 세상엔 그런 악마도 없고 영혼이란 것은 증명할 수 없기에 나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도 않다. 그냥 아련히 그런게 있지 않을까, 또는 그렇게 배워왔는데 하는 생각에 그나마 영혼은 내 안에서 그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푸석푸석해져버린 빵 같은 삶에 바를만한 치즈는 어떤 치즈가 있을까. 브랜드나 몸에 해로운 정도를 떠나서 이렇게 말라 비틀어진 빵을 촉촉히 적셔 줄만한 빵은 아마도 이 세상엔 드물 것이다. 누군가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 라고 말했던가. 어쩌면 그 치즈란 눈물인지도 모르겠다. 눈물은 짜니까 치즈와 어쩜 맛이 비슷하다고도 할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촉촉한 눈물은 누구의 눈물일까. 그것은 아마도 두말할 나위 없이 자신의 눈물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눈물을 흘려본 지 너무 오래되어 자신있게 내가 지금 눈물을 마음껏 흘릴 수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 말할 수 없다. 최고급 오븐으로 구워진 마른 빵은 그래도 맛이 있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