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꿈을 꾸었는데, 내가 뇌에 종양이 생겨 죽을 운명을 맞이하여 그에 관련해 유서를 쓰는 것이었다. 특별한 비장미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평상시에 가끔은 생각해 오던 죽음이 닥쳤을 때의 계획에 대한 일들을 실제와 거의 다름 없이 소상히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다. 이런 꿈을 왜 꾸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이라고 하는 말이 가져오는 그 차분함이란 나를 매우 고무시키는 것 같다. 꿈을 꾸면서 상당히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고, 그 내용까지도 거의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었기에 나와 차분함 사이에는 무언가 중요한 관계가 있다고 내 멋대로 멋지게 생각하고 싶다.
어째서 인생은 내가 꿈에서 느낀 그 느낌 그대로 나의 현실에 반영되는 일이 드물까. 때로는 멍청하게 연습장에 뜻모를 기하학적 선을 끝없이 그리며 결국엔 검게 그을려진 듯한 종이 한장을 남기고 말곤 한다. 그렇게 꽉 찬 종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내 인생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 멋진 종이에 삐딱하니 선을 하나 더 그어서 더욱 위기감이 실감난다.
내일은 나의 연습장에 무언가 조심스럽게 의미있는 ‘글’을 남기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