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뀐다 / 전화를 받고 싶은 사람 / 외모와 사랑

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일기를 매일 쓰지 않기로 결심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럼으로 해서 내 인생이 더 깊이 있고 우아해졌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하겠다. 오히려 내 자신이 조금 더 게을러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예전의 나로 돌아가 매일 일기를 써 보기로 결정했다. MurakamiHaruki 가 [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나는 제자리에 돌아와 버리고 만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 다. 그 동안 내가 간과한 것을 늦게나마 발견했기 때문이다.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외적으로 동일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옳은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마음가짐을 바라보았을 때, 그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같은 것 같지는 않다. 추측컨데 아마도 세월의 힘이 나에게 그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강 한가운데에서 보트를 타고 구부러진 노를 젓고 있는 나지만, 내가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은 언제나 나에게 인생의 값어치와 그것으로부터 오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나 보다. 아아, 인생은 정말 끝까지 살아볼 무한한 가치가 있다.


친구들과 땅끝마을로 여행을 떠난 지현이에게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다. 전에 내가 전화를 오래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전화도 자주 안하는 지현. 뭐, 그냥 하기 귀찮아서 하는 변명일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와 함께라면 머리가 하양게 될 때까지라도 전화를 계속하고 싶다. 어쨌든,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목소리로 나의 전화를 받았다. 금방 학교 갈 버스가 와 버려서 끊게 되었지만 오랜만의 전화라 상쾌하고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전화를 참 걸지도 않고 또 전화가 오지도 않는다. 또 싫어하거나 모르는 번호에게 전화가 오면 잘 받지도 않는다. (나에게 연락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메신저나 E-mail 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신뢰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일주일에 한 두번 쯤은 별 이유도 없이 전화를 받아 보고 또 걸어보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나에겐 종종 감동적이다.


요즘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가끔은 내 몸의 불완전함을 아쉽게 느끼곤 한다. 그래도 난 내 자신을 사랑한다. 외모나 육체적인 특성이 사랑을 결정할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오늘 후배가 틀은 MP3 에서 윤도현이 그랬다. 모든 사람은 발가벗겨 놓고 보면 다 같다고. 결국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내가 타인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잣대는 그 사람의 정신인 것 같다. 아니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누구나가 첫 만남에서 첫 인상과 외모를 중시하는 편이다. 이런 내 모습 싫은데…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은 정말 싫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외모나 신체적 결함을 이유로 나를 택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충격은 아마도 대단할 것이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가끔 매우 두려워지곤 한다. 그 사람도 어쩌면 이 일기를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