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숙제를 미리 끝내볼 심산으로 학교에 갔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후배 동호(동우인지도 모르겠다)와 영화 SPY Kids를 보고, 후배 성준이가 활동하는 동아리 현우리의 공연을 본 뒤 동호와 독수리 당구장에서 당구를 침으로 학교와 그 근처에서의 하루를 마감했다. 가끔은 이렇게 하루 종일을 노는 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소중한 시간을 공부하는데 쓰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후회할만 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사람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조금 바빠 보이는데, 언제쯤 가능할까. 그녀가 현재 프라이버시를 지킬만한 상황에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전화를 걸기가 곤란하다. 시티헌터는 누군가와 만날 때 칠판에 X 표시를 했다고 하는데, 일기에 남기는 것도 비슷한 방법 같아 자뭇 흥미롭고 즐거운 느낌이다. 먼저 다가온 사람은 그녀인데, 언제나처럼 –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처럼 – 내가 더 빠져드는 것 같다.

오늘 낮에 버스 안에서 ‘나에게 사랑은 물과 같은 존재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물처럼 순수하고, 나를 청량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번씩은 목이 말라 물생각이 나듯, 사랑에 대한 생각은 자주 떠오른다. 그것은 이성적인 사랑에 대한 정의도 포함하며, 종종은 편지를 쓴다던가 길을 끝없이 걷는다던가 하는 플라토닉한 행동에서부터 포옹, 키스, 가벼운 애무에서부터 가끔은 그 이상까지의 에로틱한 행동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미지들의 연속이다. 나는 유사-물중독증에 걸려버린 걸까.

PS: 위의 아이디어는 이마이 미키 베스트앨범의 한 곡의 가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 노래는 사랑이 푸른 물과 같다는 가사를 담고 있었다. 제목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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