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자유 게시판에 썼듯, 어제 집에 와 보니 부모님께서 내가 해지했던 휴대폰을 다시 가입시켜 놓으셨다. 없을때 불편한 일도 있었지만 평소에 오는 전화도 없었고, 필요하다면 메신저나 공중전화로 해결하는 것이 결코 많이 불편하거나 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에겐 좋아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다. 지난 수주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휴대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라기보단 거의 신경을 뗄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유럽 여행을 떠난 지현이가 생각난다. 잘 있는지, 언제쯤 돌아올지,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떠난 그녀는 이국의 정취에 푹 빠져있겠지.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아름다운 거리를 동경하는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긴 여행보다도 짧은 살림이 더 많은 것을 안겨준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은 가치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더욱.
내 인생에 여성과 사랑이 개입해올 수록 내 인생의 불확실성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내가 나 자신을 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음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일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며 자신의 꿈을 이뤄내는 사람만큼 위대한 사람도 없으리라.
금요일이면 신입생/학부생 세미나에서 내가 ‘신경망을 이용한 패턴 분류’에 대한 발표를 할 차례이다. 그러나 신경망에 대한 기초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짧으면서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글을 이해하기란 너무나도 힘들어 보인다. 동시에 연구 주제 선정을 위해 다른 논문들도 많이 살펴봐야 하는데 일이 겹치니 다소 패닉에 빠진 기분이다. 학부생들은 아직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 연구하는데 기초가 되는 여러 지식을 두루두루 익힐 수 있게 시간의 안배가 잘 되었으면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도 바쁜 와중에 책에 열중해 있는 나에게 책상에 노크를 하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은경 누나의 여유가 기분이 좋았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