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실제로 만난 적이 단 한 번 있는 좋은 친구 미린이의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렀다. 사실 그녀의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지는 않는다. 오늘은 그녀의 MSN 메신저 닉네임이 특이해서 생각난 김에 오래 전부터 외워두었던 URL을 브라우저에 입력해 보았다. 어느새 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녹색으로 탈바꿈한 그녀의 홈페이지. 언제 쯤 리뉴얼한 걸까? 잘은 모르겠다. 오래전에 했을 수도 있 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남의 홈페이지를 그렇게 자주 들르는 사람은 아니니까. 반면 남이 내 홈페이지를 들르기는 꽤나 바라는 웃기는 사람이다.)
문득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 사람의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던가, 편지를 한 통 보내 보는 것은 분명 내가 그 사람 을 그리고 있다는 표시다. 아련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남는다. 만질 듯 말듯한 희미한 기억은 나 자신이 가진 한계이며 동시에 그 반대다.
이런 실재적이면서도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떠 다닐때면, 내가 익숙했던 많은 것으로부터 나 자신이 멀어져간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기억들 중 몇 %인가는 잊혀지고, 나는 어느 만큼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길이가 무한대인 도로를 계속해서 드라이브하며 경치를 감상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어쩌면 인생이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어딘가로부터 멀어져가며 동시에 다른 어딘가를 향해 가까 워져 가는 것. 다만 그 어딘가라는 것이 여럿 있어서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