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우울했다. 기타 교본을 사러 나갈까 하다가 계획을 바꿔 종종 생각했던 스트레이트를 했다. 거의 10만 원이나 들여서 했는데 마음에 든다. 다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준다. 그것이 즐겁기도, 이상하기도 하다. 조금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여자들이 헤어진 뒤 머리를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대 근처의 준오 헤어는 건물의 두 층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컸다. 참 생소한 분위기였지만, 내 머리를 관리해 주신 분이 친절하셔서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타인으로부터의 우호스러운 감정이다. 하긴, 그 동안 두 사람으로서만의 시간이 참 길었으니까.
예전에는 익숙했던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것에 익숙해 졌다가는 또 어느 날이 되면 다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익숙함이란 어쩌면 본질적으로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 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 세계에서 미쳐나가지 않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