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 Duvet (Serial Experiments Lain Opening Theme)
사람을 만나면 묻는다. 휴일에는 어떻게 보내세요 라고. 어떤 취미가 있거나 한 사람을 만난 지가 너무 오래 되었음을 실감한다. 다들 그냥 쉬죠,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죠,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말해주기 싫은것 같기도 하고 정말 쉴때 저러는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저런 대답을 들으면 금새 그 사람에 대한 흥미라는 것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매스미디어가 현대인의 파김치가 되어버린 일상을 잠식하며 제공해오는 몰취향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나 자신이 멍청해진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싫다. 추상적으로 누구나 말하는 난 심플한게 좋아 같은 것들를 지금 취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취향은 스스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브랜드 이름이나 드라마의 제목보다는 훨씬 근사하지만 역 시나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취향이 사라진 개인은 대부분 불행하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조차 반복의 연속이다. 스스로가 앞으로 무엇을 해 야 할 지, 스스로에 대한 무지나 두려움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갈래 속에서 시도하기도 전에 방향 감각을 잃는다. 어느 순간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무작정 기대고 싶어 한다. 잠시나마 등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있겠지만 24시간 일주일 내내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의지하지 않으면 현실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불행의 증거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은 연애를 통해 행복해지기는 커녕 ‘누구라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 더 불행해질 확률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