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na – You are My Kind (featuring Seal)
누군가와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한 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보고 술잔을 기울였다면? 그래,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몇 달 만에 기울이는 술잔인지 모르겠다. 남자에게서조차 느끼기 힘들었던 술의 매력을 나는 서로의 비슷함 속에서 느껴가고 있었다. 몇 잔이고 내 자신을 잃지만 않을 수 있다면 우리의 술잔은 끊임없이 차오를 터였다.
우리도 모르게 지하철은 끊겨 버렸다. 한 시간이 일 분 같았다. 내 생에 이렇게 빨리 흘러간 시간이 있었던가.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추운 밤길을 걷는 것 조차도, 떨리는 내 몸에 애써 힘주며 입을 여는 것 조차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대로 태양이 뜨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6시에 7호선 플랫폼에서 헤어졌다. 그녀는 손을 흔들었고, 나는 살짝 웃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쳐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지하철이 떠나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는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차창에 앉아 기분좋은 마지막 77 Sunset Strip 한잔을 떠올리 며 그녀가 마신 Peach Coco의 빛깔로 어슴프레 밝아오는 하늘을 마냥 보았다. 나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확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