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어리광

中島美嘉 (Nakashima Mika) – 雪の華

버스 뒤에 앉은 남자가 이사람 저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벌써 네 명 째. 그는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죽고 싶은 심정이 야. 아침에 머리를 잘랐는데 고등학생처럼 스포츠 머리가 되었어. 쪽팔려서 내일 못나오면 머리 때문인 줄 알아. 그리고 저녁엔 신촌 에서 보드 게임방에 갔는데 만원이나 물렸어. 정말 울고 싶다.”

나는 다섯 번 째 그가 전화를 걸고 만원이 만이천원이 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녀석의 면상을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에 휩 싸였다. 어린 아이처럼 징징대며 반복되는 그의 말을 들어준 그의 친구들과 별 관계도 없는 여자 선배의 기분은 어땠을까.

세상엔 정말 죽고 싶은 기분, 울고 싶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더 좋은 이유가 많다. 예를 들면 사랑이나 꿈과 같은 위대한 감정이 그 렇다. 그 외에도 조금은 더 사소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던 일과 같은 이유도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실존적 문제를 뒤로 하고 자신의 헤어 스타일과 보드게임 실력의 부재에 대해 죽고 싶어하고 있는 것이다. 기껏 서투른 미용사의 실수와 남들의 약간 나은 명민함 때문에 무릎꿇고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인간이 무한에 가까운 다양함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사랑과 꿈 같은 것이 여전히 으뜸의 가치를 갖는 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꿈이야말로 개인주의의 승리의 증거다. 개인과 개인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승화시키면서 동시에 서로를 깨어지 지 않도록 연결해 줄 수 있는 가교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감히 헤어 스타일링의 실패나 게임에서의 패배가 자신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히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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